측근 이팔성 공직 맡지 못하자
금융위 간부에게 사직 종용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자기 소유인 영포빌딩(현재는 청계재단 소유)에 비밀금고를 몰래 두고, 이 비밀금고 관리를 현직 청와대 경호처 직원에게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측근인 이팔성씨 공직을 마련해 주지 못한 공무원의 옷을 벗긴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9일 이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한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조타운 내 영포빌딩을 불법자금의 세탁ㆍ관리장소로 활용했다. 검찰은 “다스에서 생성된 비자금, 공직 임명의 대가로 받은 돈은 모두 영포빌딩에 있던 김재정씨(이 전 대통령 처남ㆍ2010년 작고) 사무실 금고로 유입됐다”며 “김씨와 부하 직원들은 다스 비자금을 현금과 신권수표로 세탁하고 이 전 대통령의 다른 차명재산과 합쳐서 관리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청와대 경호처 경호원을 영포빌딩에 파견해 이 비밀금고 관리 업무를 맡긴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법령상 경호처의 경호 대상이 되는 대통령 친인척은 ‘직계존비속’에 한정돼 있음에도, 이 법을 지키지 않고 처남에 대해 경호처 인원을 파견한 것이다. 2009년 초 김씨가 심근경색 등으로 쓰러졌을 때는 경호처 소속 경호원이 이 비밀금고의 개봉을 참관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 측은 이 비밀금고에 감춘 현금ㆍ수표 중 약 22억원을 ▦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비용 ▦이 전 대통령 가족 생활비 등으로 사용했다.
이 밖에도 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청와대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공직 임명을 성사시키지 못한 금융위원회 간부에게 사직을 종용한 사실도 추가로 밝혀졌다. 이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 취임을 전후해 인사 청탁과 함께 총 22억5,000만원을 제공했고, 이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08년 3월 이 전 회장에서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 직을 제안했다. 그러나 당시 이 전 회장의 거래소 이사장 선임이 노조와 여론의 반대로 무산되자, 청와대는 금융위 측에 ▦부위원장(차관급) ▦사무처장(1급) ▦혁신행정과장 중에 한 명이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결국 김모 혁신행정과장이 사직하는 것으로 사태가 정리됐고, 이 전 회장은 그 해 5월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됐다. 김모 전 과장은 현재 대형 법무법인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중이다. 그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거래소 이사장은 임원추천위원회에서 결정된 것”이라며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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