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4년간 4배나 늘어 8796억
장애인 고용률은 제자리 걸음
최저임금 못 받는 근로자 2배↑
일자리의 질 오히려 떨어져
당사자 직접 지원할 수 있도록
기금의 활용 범위 넓혀야
장애인들의 질 높은 일자리를 늘리는 데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기금(이하 장애인고용촉진기금)’이 최근 4년간 4배 늘어 9,000억원 가까이 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장애인 고용 의무할당량을 채우지 않아 기금은 늘어나는데, 제대로 활용되지는 않은 채 낮잠만 자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 고용률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은 물론 최저임금도 못 받는 중증장애인이 이 기간 2배 가량 늘어나는 등 일자리의 양과 질이 동시에 악화하는 상황인 만큼 기금의 용처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고용촉진기금 적립액은 2013년 2,294억원에서 2017년 8,796억원으로 대폭 불어났다. 상시근로자 50명 이상의 정부기관이나 민간기업은 전체 직원 중 일정 비율(정부부처ㆍ지자체ㆍ공공기관 3.2%, 민간기업 2.9%)을 장애인으로 무조건 고용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채우지 않고 대신 돈(장애인 고용부담금)으로 때우는 기관과 기업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는 대가로 지불한 고용부담금 수입은 역대 최대 규모로 쌓여가고 있지만 정작 기금의 활용도는 매우 낮다. 장애인 직업훈련이나 고용장려금 등으로 지출되는 금액은 지난해(3,593억원) 비교적 크게 늘어난 것을 제외하면 매년 2,600억~3,000억원 수준을 오가고 있다. 마땅히 쓸 곳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장애인을 고용한 기업에게 주는 인센티브인 고용장려금이 수년간 동결됐었고 장애인 직업능력 개발과 적응 훈련 프로그램 등은 장애계가 원하는 만큼 활성화되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장애인고용촉진기금이 낮잠을 자는 동안 장애인 일자리는 양과 질 모두 개선되지 않고 있다. 장애인 의무고용 대상 정부기관ㆍ공공기관ㆍ기업의 전체 근로자 중 장애인 고용 비율은 2012년 2.35%에서 2016년 2.66%로 5년간 0.31%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을 적용 받지 못하는 근로자도 지난해 기준 8,632명으로 2013년(4,495명)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장애인고용부담제도를 통해 일자리를 강제 할당해도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을뿐더러, 좋은 일자리를 기대하기는 더더욱 어렵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기금을 당사자에게 직접 지원할 수 있도록 활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호근 장애인고용노동지원센터 소장은 “장애인 일자리는 단순히 개수만 부족한 게 아니라 저임금 일자리가 만연한 게 문제”라며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금액을 지원하는 등 임금을 단계적으로 정상화하는 데 사용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미혁 의원도 “장애인의 직업 안정성을 확보하고 최저임금을 보장받으려면 기금 활용이 필요하다”며 관련 법안을 발의할 뜻을 밝혔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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