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실수 알고 14분 후부터
전화ㆍ팝업 등 통해 4차례 공지
팀장급ㆍ선임급ㆍ애널리스트까지
16명 중 9명은 첫 공지 이후 거래
주문 차단까지도 37분이나 걸려
허술한 통제ㆍ도덕적 해이 ‘민낯’
삼성증권의 배당 사고로 잘못 입고된 주식을 판 직원 중 절반 이상이 회사 측의 ‘매도 금지’ 공지 이후에도 매매를 감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회사 측의 수 차례 경고에도 주식을 매도한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는 물론이고 이를 규제하지 못한 내부통제 체계의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과 삼성증권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삼성증권이 임직원에게 우리사주 배당금을 주식으로 잘못 입고한 지난 6일 오전 9시30분부터 회사 임직원의 전 계좌에 주문정지 조치가 취해진 오전 10시 8분까지 38분 동안 이어졌다. 직원 16명이 배당 받은 주식 501만2,000주를 매매한 시간은 9시 35분부터 10시 5분까지 30분 간이었다.
배당 업무 담당자는 주식 입고 직후인 9시31분 담당 팀장에게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삼성증권은 그로부터 14분이 지난 오전 9시45분에야 각 사업부 지원부서를 통해 직원들에게 배당 주식을 매도하지 말 것을 전화로 지시했다. 이후 9시 51분부터 5분 단위로 세 차례에 걸쳐 내부 인트라넷 팝업창을 통해 같은 내용을 공지했다. 그럼에도 직원 16명이 주식을 처분했다. 특히 절반이 넘는 9명은 회사의 첫 공지 시간인 9시 45분 이후에도 20분 동안 주식을 팔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배당내역 입력 오류를 알고도 잘못된 주문을 차단하기까지 37분이나 걸리는 등 위기 대응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주식 처분에 나선 직원들은 팀장급 간부부터 선임(대리)급까지 직급을 가리지 않았고, 시장과 기업에 대한 분석 내용을 투자자에게 전달하는 애널리스트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상적인 직업윤리를 가진 증권사 직원이라면 계좌에 수백억원어치 주식이 찍혀 있더라도 입고 경위를 확인하기 전까진 팔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팔겠다는 마음을 먹자 회사의 주식매매 금지 경고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증권사 등 회원사를 대상으로 ‘컴플라이언스(complianceㆍ준법감시) 매뉴얼’을 배포하고 있지만 임직원들이 배당 받은 주식 매매를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 매수 주식에 대해 5영업일 이상 의무 보유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이마저도 매매회전율을 월 500% 이내로만 유지하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배당 받은 주식의 5배 이상을 거래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삼성증권에서도 ‘월 500% 룰’을 적용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임직원의 금융투자상품 매매를 제한할 수 있는 매뉴얼은 있지만 권고안에 그친다”고 말했다.
이번 배당 착오 사건을 계기로 증권사의 내부통제가 더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용이 많이 들지만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실익이 없는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과 임직원 교육이 항상 뒷전으로 밀려 왔기 때문이다. 일부 임직원의 대량 매도로 시장 충격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이번에도 관행적으로 덮고 넘어갔을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조창훈 서강대 교수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직원들의 윤리는 물론 금융회사가 지켜야 할 도덕과 직업관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증권은 이날 배당착오에 대한 후속조치로 전 직원 대상 주식매매 금지를 통보하고 시스템 개선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우리사주 배당 사고 수습을 위해서는 ‘투자자 피해구제 전담반’을 설치하고 투자자 민원 접수와 법무상담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 오후 4시까지 전담반을 통해 접수된 피해 사례는 총 180건이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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