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일단 불기소 의견 송치키로
“고속 주행 중 예견, 피하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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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를 주행하던 관광버스 바퀴에 튕긴 쇳덩이에 마주 오던 승용차 운전자가 맞아 숨졌다면, 관광버스 운전사는 처벌을 받을까? 경찰은 쇳덩이를 발견하기도, 피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라며 형사책임을 묻기 힘들다고 봤다.
9일 경기 이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월 25일 오후 7시 50분쯤 이천시 호법면 중부고속도로 상행선 1차로를 주행하던 관광버스가 도로에 떨어진 화물차용 철제 판스프링을 바퀴로 밟았다.
튕겨져 나간 판스프링은 반대편에서 운행 중이던 A(37)씨의 승용차 운전석을 덮쳤고 A씨가 목 부위를 맞아 숨졌다. A씨 차량에 동승했던 아내와 지인 등 2명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2차 사고로 중상을 입었다. 이 판스프링은 화물차 바퀴 옆에 달린 충격 완화 장치로, 길이 40㎝, 폭 7.5㎝, 두께 1㎝, 무게 2.5㎏이다.
경찰은 당시 현장을 지난 양방향 차량 1만여대를 분석, B(32)씨의 관광버스를 용의차량으로 특정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도로교통공단도 철제 부품이 승용차에 날아온 각도, 방향 등을 고려한 조사 결과 A씨가 몰던 버스가 밟고 지나간 충격으로 판스프링이 승용차를 덮친 것으로 봤다.
경찰은 판스프링을 떨어드린 화물차는 확인하지 못했으나, 일단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혐의(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로 B씨를 입건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 등 법률검토 끝에 B씨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 우연한 사고였는데 다, B씨가 고속도로에 판스프링이 떨어져 있었을 것이라고 예견했을 가능성이 낮고 설령 이를 목격했다 하더라도 고속 주행 중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도로관리 주체 역시 민사상 배상책임을 두고 보험사 등과 다툼의 여지는 있을 것으로 봤으나 형사책임을 묻기는 힘들다고 결론냈다.
박영권 이천서 교통사고조사계장은 “사실관계를 규명한 만큼, 기소여부는 검찰이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사고는 유족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가해자를 밝혀달라고 요청해 논란이 됐다. 4,500여명이 청원에 참여하기도 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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