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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지역 농협 경영관리 내홍

입력
2018.04.0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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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경영ㆍ비리의혹 잇따라

조선업계 투자했다가 거액 손실

조합원들 “부실경영ㆍ도덕성 의혹” 제기

농협 측 “투자손실은 전국적 현상

농협만 문제 삼는 것은 부적절” 반박

경북 구미의 한 단위농협이 경영 부실 의혹을 사고 있는 가운데 농협 창구에 고객들이 없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추종호기자 choo@hankookilbo.com
경북 구미의 한 단위농협이 경영 부실 의혹을 사고 있는 가운데 농협 창구에 고객들이 없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추종호기자 choo@hankookilbo.com

경북 구미 지역의 9개 농협 중 일부 농협이 조선·해운업계 400억원 투자로 비롯된 부실채권 손실과 관련해 조합원들이 경영부실 의혹 제기하면서 내홍을 겪고 있다.

구미 지역에 있는 일부 농협은 지난 2012~2016년 투자 손실과 경영부실 의혹이 제기되면서 조합장 주도의 경영체제에 대한 반감으로 농협 운영에 대한 의견 충돌로 진통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일부 조합원들이 A농협의 경영 정상화와 손실 보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며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A 농협의 경우 한진해운을 비롯해 현대상선 등 조선업계에 20여억 원을 투자했으나 장기 경기침체와 법정관리 등 각종 위험요소들이 등장하면서 보유 채권을 청산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농협이 보유하고 있던 채권은 휴지조각이 되면서 부담이 고스란히 직원과 조합원들에게 돌아갔다.

이 같은 상황은 구미지역 9개 단위농협 중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다. 실제 인근 지역의 B농협과 C농협도 50~100억여 원을 조선업계에 투자했다 손실을 봐 해당 조합원들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실 채권 및 담보물 과대 평가 등으로 인해 일부 농협의 경우 손실을 입혔다는 것이다.

A농협의 조합원들은 “왜 이렇게 동일업종에 투자를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분산 투자를 해서 위험을 줄이는 방향으로 했다면 이렇게 큰 손실은 입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조선·해운업계 투자한 구미 일부 농협 직원들은 휴가 보상비, 능력개발비, 교육지원비 등 복지비 지급을 보류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일부에서는 조합장이 여전히 농협의 재산을 개인 돈 쓰듯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A농협 조합장이 농협의 경조사비를 개인부조를 사용해오거나 경조사비를 받고 부조를 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부조 시 A농협 명의로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조합장 본인의 이름을 명기해 개인 부조로 사용해왔다고 덧붙였다. 농협의 경조사비는 조합원에게만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비조합원에게도 부조하거나 심지어는 경조사비를 받고도 부조하지 않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조합원들은 “조합장 발길 닿는 곳 마다 돈이 따라다닌다”며 “업무추진비, 생산지도비, 홍보활동비 등의 명목으로 한 달에 수십만원씩 여비를 지급받고 휴대폰요금, 출장비, 차 세차비, 주유비까지 챙겨가고 있어 손실을 메우기 위한 직원들의 노력이 무색할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A농협 조합장에게 제기되고 있는 의혹은 이 뿐만이 아니다. 조합장은 애초 건물 신축을 위해 수의계약을 통해 2억 원이 넘는 금액으로 공사 업체를 선정했고 이후 조합 공사심의의원회에서 금액이 과다하는 지적을 받아 재입찰을 받은 결과, 약 1억여 원이 감소한 금액으로 타 업체가 낙찰됐다. 이후 공사심의위원회는 해체됐고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조합장이 이후 공사심의위원회를 해체시킨 것을 보면 관련 인물이 조합장에게 미움을 샀고 기존 입찰 업체와 유착관계가 있었던 것이 아니겠냐며 반문했다.

이에 A농협 조합장은 “공사심의위원회를 해체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애초 공사심의위원회가 아닌 계약관리위원회가 있었고 이 부분은 농협 자체적으로도 기구에 대한 규약이 없어 중앙회에 질의한 결과 필요사항에 대해서는 이사회 의결로도 충분하다고 답변 받았다”고 해명했다. 또 “계약관리심의위원회 해체에 대해서도 독단적으로 시행한 것이 아닌 이사회 의결을 통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이처럼 과대 계약 발주를 비롯해 조합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선심성 사업을 펼치면서 뒤로는 관련 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챙기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밖에도 사전 내부정보를 이용해 지인이나 친인척들에게 경매로 나온 물건이나 필지 등을 사들이게 하고, 인사권 관련해 승진시험제도를 폐지하고 일부 직원에 대해 10여년 이상 같은 자리에 앉혀 놓는 등 직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구미지역 8개 단위농협 중 일부 농협은 영농철 상품교환권을 초과 발행해 현금화하고 문제시될 조짐이 보이자 영농자재교환권으로 품목을 바꿔 조합원들의 불만을 잠재우려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또 구미 D 농협은 조합장 자리가 3선 이후 연임이 제한되어 있지만 전직 경찰서장 출신을 외부 감사로 영입해 비상근 이사로 앉힌 뒤 조합장 연임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이 같은 주장들에 대해 A농협 조합장은 ‘터무니 없는 주장’ 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A 조합장은 “투자금 손실에 대해서는 지난해 금융감독원 감사를 받고 지적 사항에 대해 개선하고 있다”며 “조선업계 리스크는 전국적으로도 이슈화된 사항이고 농협 자체적으로도 어쩔 수 없었던 부분인데 왜 우리 농협만 걸고 넘어지는지 모르겠다”고 항변했다. 또 “A농협이 투자한 금액은 총 400여 억원이고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조선업계에 투자한 금액은 투자금 중 일부에 불과하다" 며 현재 현대상선 주식은 지난해 모두 처분했고 한진해운 주식은 현재 정리 중에 있다고 해명했다. 또 “지난해 조합장과 이사들의 급여를 일정부분 삭감하고 업무용 관용차도 팔았다”며 “나름대로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노력해왔는데 그런 이야기가 나오니 억울한 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구미지역의 한 조합원들은 지역 단위 농협을 통폐합해 단위농협이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야한다는 의견이 높아지고 있다. 지역의 한 조합원은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 조합장과 임원들은 즉각 각 자본건전성을 파악하고 앞으로 지역 단위농협 경영에 만전을 기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추종호기자 choo@hankookilbo.com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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