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경 매파 백악관 입성 맞춰
트럼프 “큰 대가 치를 것” 경고
유엔 안보리 긴급 회의 소집
시리아 사태에 초강력 대응 땐
북미 정상회담 등 난항 가능성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썼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미국과 프랑스 등 서방국가들이 즉각 대응에 나섰다. 공교롭게 시리아와 북한에 대한 초강경 매파로 분류되어 온 존 볼턴 미 국가안보보좌관의 백악관 입성과 맞물리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의 강력한 응징이 예상되고 있다. 당장 미국 주도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시리아 사태에 대한 긴급 회의를 소집한 게 이를 방증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은 8일(현지시간) “(다음날 취임할) 볼턴 보좌관이 시리아에 대한 ‘불 세례’ 응징여부를 시험 받게 됐다”고 전했다. 취임 직전 예상치 못한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으로 그가 시작부터 거친 선택이 필요한 상황을 맞게 됐다는 의미다. 뉴욕타임스(NYT)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교 정책을 불태우는 데 사용할 ‘정치적 발염장치’로 규정하며, 볼턴 보좌관의 강경 대응을 예상했다.
실제 그의 취임에 맞춰 미국, 프랑스 등 서방제국은 화학무기 사용이라는 ‘레드 라인’을 넘은 시리아에 대한 강경 대응에 착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짐승’이라고 비난하며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하는 한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는 전화 회담을 갖고 강력한 공동 대응을 약속했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사태의 책임자로 적시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 경고가 나오자마자 시리아 정부군의 공군기지가 미사일 폭격을 받았다. 외신과 시리아 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에 따르면 9일 오전 미사일 수발이 시리아 중부 홈스주에 있는 T-4 군용 비행장을 타격, 최소 14명이 숨졌다. 공격 주체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미국의 우방인 이스라엘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볼턴 보좌관이 시리아 사태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재야 시절 언급했던 그의 매파적 기질이 실제 정책으로도 이어질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에 강경 대응한다면, 북미정상회담이나 이란 핵합의 처리 등을 앞두고 볼턴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에 강경한 대안을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한편 CNN은 볼턴 보좌관이 대외정책에서 장기적으로 미국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잠재적인 군사행동 계획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NYT도 볼턴 보좌관의 호전성을 묘사하려는 듯 ‘킥다운, 키스업(kick-down, kiss-up)’ 성향을 가졌다고 전했다. 상급자에게는 공손하지만 하급자에게 난폭하다는 의미다.
카토연구소의 정책 분석가 패트릭 에딩턴도 법률 매체 ‘저스트 시큐리티’에 쓴 칼럼에서 “볼턴은 국내외적으로 미국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외교와 안보 이슈에서 무모하고 충동적인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볼턴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그의 행보를 감시할 의회의 초당적 협력이 요구된다”고 전망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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