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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수의 마음의 窓] 죽음을 앞둔 사람의 심리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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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수의 마음의 窓] 죽음을 앞둔 사람의 심리 변화?

입력
2018.04.09 15: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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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많았던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지 두 달 만에 3,274명이 연명의료를 중단했다는 보고가 나왔다. 연명의료란 치료효과가 없이 환자의 생명만을 연장하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 항암제 투여 등을 말한다.

환자 스스로 사전에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을 때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향서나 의향을 밝히지 않았을 때에는 가족 전원이 중단에 찬성하면 가능하다. 환자와 가족의 신체ㆍ정신적 고통을 줄이고 품위 있게 죽음을 맞자는 취지에서 연명치료결정법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종교계 반발과 절차의 복잡성, 시스템 부족 등으로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고자 의사들이 불필요한 연명치료를 지속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이러한 연명치료법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죽음과 관련된 문제는 여전히 우리에게 복잡한 숙제다. 윤리ㆍ종교ㆍ법ㆍ의학적 문제도 얽혀 있을뿐만 아니라 남겨진 사람에게도 가족과 지인의 죽음은 감정적으로 큰 상처를 주고 일상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음학과 호스피스 개척자인 시카고대 정신과 의사 퀴블러 로스는 그의 유명한 저서인 ‘죽음과 죽어감’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인간에게 나타나는 심리 변화를 기술했다. 그것이 유명한 죽음의 심리변화 5단계다. 죽음을 앞둔 환자는 부정, 분노, 타협, 우울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용 단계를 거치는 심리적 변화를 겪는다고 주장했다.

이런 변화가 반드시 단계적으로 나타나지는 않기도 하고, 미국이라는 특수한 문화에서 관찰한 것이지만, 죽음을 앞에 둔 인간의 심리변화를 잘 표현했다. 예기치 못한 죽음이나 상실을 직면했을 때 가장 먼저 생기는 감정은 상황을 부정하는 것이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아닐거야”라고 상황을 받아 들이지 못한다.

하지만 아무리 부정해도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는 걸 깨달으면 “왜 내게 이런 일이… 많은 사람 중에 왜 당신이…”라는 분노가 일어난다. 이후 “그래 내 아이 결혼할 때까지만 살았으면…” 등으로 심리적으로 타협한다. 또한 우울감이 따라오고, 아무 일도 하기 싫고 혼자 지내고 싶어진다. 마지막 단계로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죽음을 받아 들이고 차분히 이를 맞게 된다.

이런 과정을 잘 겪지 못하면 죽는 순간까지 부정과 원망으로 가득 찰 수 있고, 살려고 절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자연스럽게 겪은 사람은 편안히 죽음이나 이별을 받아 들이고 자신의 인생을 정리한다.

비단 죽음을 앞둔 사람만 아니고, 갑자기 큰 변화를 겪은 사람이나 이별한 사람,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사람, 실직했거나 크게 거절당한 경우에 비슷한 심리 변화를 겪는다.

남보다 빨리 상실이라는 심리 변화 단계를 겪은 뒤 일상으로 잘 돌아 오는 사람이 있는 반면, 변화를 잘 겪지 못해 두고두고 마음의 짐을 털어 버리지 못하기도 한다. 이럴 때에는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이상 장애를 겪을 수도 있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는 결국 한 개인이 삶에 닥친 문제를 받아들이는 방식의 연장선이다. 따라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수용하고 그 고통의 과정을 원만히 겪어내는 것은 중요하다. 한평생 죽음을 연구한 퀴블러 로스가 “사람들은 나를 죽음 전문가로 알고 있지만, 내 연구의 본질이며 중요한 핵심은 삶의 의미를 밝히는 것”이라고 한 것도 마찬가지 의미다.

4월은 죽음을 생각하게 하는 달이다. 4ㆍ3사건, 4ㆍ19혁명, 세월호 사건이나 천안함 사건 등 많은 사람이 죽었다. 이러한 일들을 되새기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안타까움 죽음 뒤에 남겨진 자들의 상실감과 상처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고 여러 상실감을 겪을 때 자연스럽게 심리 변화를 극복할 수 있도록 주위에서 세심한 배려와 관심을 갖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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