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3단체들 미 대사관에 공개서한 전달
미국 정부의 공식사과ㆍ진상규명 촉구

제주4ㆍ3희생자유족회 등 4ㆍ3단체들이 미국 정부에 4ㆍ3 당시 민간인 대학살에 대한 미군정의 책임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사과와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4ㆍ3유족회, 제주4ㆍ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 제주4ㆍ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는 9일 주한 미국 대사관을 방문해 ‘제주 4ㆍ3에 대한 미국 정부의 사과와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4ㆍ3사건에 대한 미군정의 책임을 묻는 문서를 미국 정부가 공식 접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단체들은 제주 4ㆍ3은 미군정 시기와 미국 군사고문단이 한국에 대해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던 시기에 당시 제주도민의 10%에 달하는 3만여명이 희생된 만큼 미국의 책임이 불가피하는 입장이다.
이들 단체들은 공개서한문을 통해 “4ㆍ3 대학살에 대한 실질적 책임은 미국에 있다”며 “미군정은 해방 직후 한반도 38선 이남에 존재한 실질적 통치기구였으며, 미군정은 제주도를 '사상이 불순한 빨갱이 섬'으로 매도해 제주 사람들을 탄압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또 “미군 보고서에는 1948년 11월부터 제주섬에 대한 초토화 작전을 통해 민간인을 무자비하게 학살한 국방경비대 제9연대의 강경진압작전을 ‘성공적인 작전’으로 평가했다”며 “미군정은 초토화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정찰기를 동원했을 뿐만 아니라 토벌대의 무기와 장비도 적극 지원했다. 미군정이 4ㆍ3학살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어 “분명히 말하지만 제주 민중을 대량 학살한 책임은 이승만 정부와 미국에게 있다”며 “미국 정부는 이제 4ㆍ3의 진실을 말해야 한다. 4ㆍ3학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하고, 4ㆍ3 당시 미군정과 미국 군사고문단의 역할에 대한 진상 조사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2003년 정부가 발간한 ‘제주4ㆍ3사건진상보고서’에도 4ㆍ3사건의 발발과 진압 과정에서 미군정과 주한미군고문단의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진상보고서에는 1948년 4월 3일 직후 미군정은 브라운 대령을 제주지구 미군사령관으로 파견해 제주 현지의 모든 진압작전을 지휘ㆍ통솔했다. 브라운 대령은 4ㆍ3 당시 “원인에는 흥미가 없다. 나의 사명은 진압뿐”이라고 발언했다. 이는 미군정이 4ㆍ3사건에 직ㆍ간접적으로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4ㆍ3단체들은 보고 있다.
양윤경 4ㆍ3유족회장은 이번 서한 전달에 대해 “제주 4ㆍ3에 대해 미국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며 현재 진행 중인 4ㆍ3 3에 대한 미국 책임을 묻는 서명 운동도 지속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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