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 장관 인터뷰
#세월호 4주기 준비는
16일 안산에서 정부 합동 영결식
6월부터 수습작업도 재개할 것
#일자리 창출 앞장
국내 크루즈산업 성장 잠재력 커
5년간 700명 해외 취업 등 목표
지난 6일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의 서울 여의도 집무실엔 ‘글로벌 해양강국, 대한민국’이란 제목의 대형 세계 지도가 벽 한 면을 꽉 채우고 있었다. 전 세계를 거꾸로 그려, 반도 국가인 우리나라가 뻗어 나가야 할 곳은 너른 바다란 사실을 보여 주는 지도였다. 김 장관은 지난해 6월 취임식에서도 이 지도 앞에서 글로벌 해양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대부분의 선진국이 해양 패권을 토대로 발전해 온 역사적 사실을 복기해 보면 결국 해양으로 진출해야 우리나라의 운명도 개척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부산시장에 출마하지 않기로 한 뒤 김 장관은 업무에 더욱 매진하고 있다. ‘어촌뉴딜300’을 통해 2022년까지 청년 일자리 1만5,000개를 만들고 ‘해운재건5개년계획’으로 무너진 해운 산업을 복원시켜야 하는 게 가장 큰 숙제다. ‘리틀 노무현’이라는 평가에 대해선 “마음에 진 빚을 조금 덜었지만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을 아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 북한과의 해양수산협력사업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북한 경제 개발은 개성공단이나 마산자유무역지역 같은 거점 개발 형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위해선 원산, 흥남 등 낙후된 주요 항만부터 현대화해야 한다.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수산 분야 협력 사업으로는 해상 파시나 북한 해역 조업권 거래 등이 있다. 중국 어선들의 불법 남획도 막을 수 있어 남북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 4주기 행사는 준비되고 있나.
“다행스럽게도 희생자 가족들 동의로 오는 16일 경기 안산시에서 단원고 교원ㆍ학생 희생자 261명을 중심으로 정부합동영결식(교육부, 해수부 주관)을 치르게 됐다. 세월호 참사 사건의 큰 전환점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게 끝은 아니다. 세월호 선체 직립 작업이 끝나면 6월부터 미수습자 수습 작업이 재개된다. 지난달 출범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도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했지만 사실상 공기업인 현대상선을 위해 한국해양진흥공사를 만들고 혈세 3조원을 쏟아 부으면서 지원하는 데에 대한 비판이 적잖다.
“한진해운 파산은 해운 산업의 경쟁력을 가볍게 여긴 당시의 무지가 낳은 정책 결정이었다. 구조조정 원칙도 중요하지만 공적 자금을 투입했을 때 산출이 얼만큼 나오느냐에 대한 경제적 타산도 고려해야 했다. 3년간 신규 선박 200척 건조에 3조원을 투입하는 것은 일종의 ‘마중물’이다. 정책 자금뿐 아니라 민간 투자를 유도해 우리나라에도 홍콩, 싱가포르와 같은 선박금융생태계를 조성해 보자는 것이다.”
-19대 총선에서 부산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출마해 낙선하고 이번엔 해양수산부 장관을 맡는 등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치 행보가 비슷해 ‘리틀 노무현’으로도 불린다. 스스로는 어떻게 평가하나.
“노 전 대통령의 평생 꿈이 지역주의 해소였다. 서울에서 출마할 수도 있었지만 부산에서 도전한 것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서였다. 노 전 대통령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결국 20대 총선에 당선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역주의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정치를 해왔다는 점에 대해 보람되게 생각한다.”
-이번에 부산 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아쉬움은 없나.
“지난해엔 시장 출마 얘기를 하는 사람은 만나지도 않았다. 올 2월부터는 ‘부산을 바꿔 보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라’는 요구까지 나와 청와대ㆍ당과 의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최종적으로는 국정 운영의 변수를 줄이고 부처 내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고 있는데.
“청년들을 대상으로 국내실무교육(3개월)과 해외연수(1개월) 등을 거친 뒤 해외 크루즈 선사 취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2015~2017년 교육을 이수한 294명 중 219명이 취업했다. 향후 5년 간 700여명의 크루즈 승무원을 양성해 해외 선사에 취업시키는 게 목표다. ‘어촌뉴딜300’과 연계해 해양레저ㆍ관광 등 청년 취업(3,100개)과 청년 창업(9,300개)을 포함해 2022년까지 1만5,000개 청년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어촌뉴딜300’ 사업은 뭔가.
“낙후된 소규모 항ㆍ포구 300개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우리나라 공항, 철도, 도로 등 주요 인프라는 선진국에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그러나 어촌이나 도서 지역을 가 보면 선착장 환경이 너무 척박해 해양 관광이 활성화되기 어려운 여건이다. 국민소득 3만달러에 발맞춰 요트, 낚시 등 수상 레저는 발달하는데 정박 시설이 없으니 어촌도 점점 고령화ㆍ공동화하고 있다. 어촌뉴딜300은 기항지 1곳당 30억~40억원을 투자해 가고 싶은 어촌, 가고 싶은 섬을 만드는 사업으로 도로나 철도 등 다른 인프라에 비해 가성비가 훨씬 높다.”
-부산 신항에 스마트 항만(무인자동화 항만)을 도입하면 되레 일자리가 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항만 자동화는 유럽이 선도했지만 최근 중동, 아시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장비 조작, 현장 감독ㆍ관제 분야 등 노동집약적 일자리가 자동화된 기계로 대체되는 건 불가피하다. 대신 장비 모니터링, 원격운전, 시스템 유지보수 등 4차산업혁명 관련 고부가가치 일자리가 창출되는 긍정적 영향도 있다. 연말까지 스마트 항만 관련 인력을 양성할 방안을 항만 노조와 협의해 마련하겠다.”
-지난해 3월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 조치 이후 크루즈 산업의 어려움이 크다.
“지난해 12월 한중 정상회담의 결과로 최근 중국인 단체관광객 제한 조치 정상화 방안이 논의됐다. 조만간 중국 크루즈 입항이 재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예약 기간이 긴 크루즈 여행의 특성상 가시적 성과가 도출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다. 동시에 대만, 일본, 홍콩, 동남아시아 등으로 크루즈 시장을 다변화할 계획이다.”
-국내 크루즈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지난달부터 크루즈관광체험단 100명을 모집했는데 경쟁률이 무려 680대1이었다. 그만큼 국민이 크루즈 관광에 관심이 많다는 얘기다. 크루즈선 건조도 국내 조선사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10척의 크루즈가 건조됐는데, 건조 비용이 7조달러에 달했다. 이는 국내 조선 3사 전체 매출액과 비슷한 규모다.”
-지난해 김 수출액이 5억달러를 돌파했다. ‘제2의 김’은 무엇인가.
“다양한 맛과 형태로 가공이 가능한 어묵이 수출 품목으로 잠재력이 매우 크다. 하반기 ‘어묵산업발전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가별로 맞춤형 어묵 30종을 개발해 2022년까지 1억달러 수출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려 한다.”
-한일어업협정은 협상이 결렬된 지 2년째다.
“4월 협상을 사실상 마지막 실무 협상으로 생각하고 배수진을 칠 작정이다. 수산당국끼리 최대한 협상해 보고 결론이 나지 않으면 외교부 등 관계부처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협상 방식을 전환할 계획이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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