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피의자 조사 때 정해진
부모 등 보호자에 연락 않고
학교전담경찰관 연계 규정 따른
부수사관 지정 매뉴얼도 어겨
경찰이 담배 절도 혐의로 입건한 고교생 수사 과정에서 기본적인 수사 지침을 지키지 않아 해당 고교생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8일 세종경찰서에 따르면 A(18ㆍ고3)군은 지난 1월 1일 새벽 세종시 한 슈퍼마켓에서 친구와 담배 네 갑(1만8,000원)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경찰조사를 받은 뒤 지난달 16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후 이달 5일 가정법원 출석 통지를 받은 A군은 심적 부담을 떨치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군의 유족들은 경찰의 무성의한 수사가 A군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경찰은 A군 사건을 조사해 검찰에 송치할 때까지 부모 등 보호자에게 단 한 차례도 연락하지 않았다. 경찰이 “경찰관은 소년 피의자에 대한 출석 요구나 조사를 할 때에는 그 소년의 보호자나 이에 대신할 자에게 연락해야 한다”는 범죄수사규칙 211조(보호자와의 연락)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경찰은 또 소년범 수사 시 필요한 학교전담경찰관(SPO)과의 연계 매뉴얼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소년피의자의 경우 해당 학교를 담당하는 SPO를 부수사관으로 지정하고, 사후관리와 재발방지 등을 지원토록 하고 있다. 여성청소년 수사 부서의 한 경찰관은 “SPO 지정은 소년 피의자 수사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매뉴얼 중 하나”라며 “공문을 통해 여성청소년과는 물론, 일반 수사와 형사, 교통 등 다른 부문까지 SPO 연계를 적극적으로 하라고 안내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A군의 아버지 B씨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찰이 부모에게 연락해야 한다는 규정과 SPO 지정 매뉴얼만 지켰어도 아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가슴 아픈 일은 막을 수 있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B씨는 또 “한 번의 실수로 부모와 선생님들에게 죄송해 괴로워했다는 얘기를 장례식에서 아들 친구들에게 들었다”며 “이런 일이 지금이라도 생기지 말란 법이 없지 않느냐. 유사한 일이 없는지 전수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경찰서 관계자는 “숨진 A군이 엄마라고 거짓말하며 친구를 바꿔준 걸 그대로 믿었고, 결과적으로 규칙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며 “SPO 지정도 미처 신경을 쓰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게 돼 정말 유감이다”라고 실수를 인정했다.
경찰은 진상조사를 벌인 뒤 잘못이 드러날 경우 해당 경찰관을 징계할 방침이다.
세종=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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