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의사 직접 파악은 못해
“거부하면 항소취하서 제출 고려”
2심에서도 불출석 고집 땐
“반성없다” 양형에 불리 분석
검찰 “제3자 뇌물 무죄 불복”
11, 12일쯤 항소하기로 가닥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1심 선고가 징역 24년의 중형이 내려지면서 재판에 나오지 않았던 박 전 대통령의 항소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1심 판결 불복과 항소심에서의 방어권 적극 행사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의 의사가 불분명한 가운데 박 전 대통령 국선변호인단은 8일 항소 의사를 밝혔다. 1심 선고에 참석한 조현권 국선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뜻을 기다려보고 12일에는 항소장을 낼 예정”이라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국선 변호인 접견을 줄곧 거부해 온 데다, 1심 선고 뒤 맞은 주말에는 변호사 접견도 금지된 터라 변호인 역시 박 전 대통령 항소 의사를 파악하지 못했다. 조 변호사는 “접견 시도는 하겠지만 큰 의미는 없다”며 “항소장을 낸 뒤 박 전 대통령이 거부하면 항소취하서를 내는 방법도 고려 중”이라 설명했다. 항소 만기일은 오는 13일까지다. 변호인단은 박 전 대통령이 징역 24년 중형을 받은 만큼 혐의 유무죄 판단은 물론, 양형 부당까지 2심에서 다퉈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권력형 비리로는 역대 최장기형을 선고 받은 만큼 불복 없이 그대로 수용하는 상황을 선뜻 예상하기 어렵다고 보면서도 ‘재판 보이콧’을 법정에서 직접 선언한 사정에 비춰 그 가능성이 없진 않다는 시각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6일 재판부의 구속 연장 결정이 있자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란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향후 재판은 재판부 뜻에 맡기겠다”는 작심 발언을 쏟아낸 뒤 선고일까지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그가 밝힌 재판 거부 대상이 1심 재판부인지, 법원 전체인지는 명확하지 않아 2심에서도 피고인 없는 법정, 즉 ‘궐석 재판’이 이어질지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적 사면을 통한 조기 석방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모를까, 위기에 처한 박 전 대통령이 2심에서도 법정 출석을 하지 않는 건 재판전략상 득이 될 게 하나도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형사부에 몸담은 수도권 소재 한 부장판사는 “불출석을 고집하면 결국 2심 재판부도 1심처럼 범행을 부인하면서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양형에도 불리하게 반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항소 방침을 분명히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주말부터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으며, 최순실씨 1심 선고 때처럼 무죄가 난 대목은 당연히 불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11, 12일쯤 항소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삼성의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등에 관한 제3자 뇌물 혐의 불인정 부분 등을 적극 다툴 방침이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이 항소 포기를 하더라도 항소심은 열릴 수밖에 없으며, 법 절차상으로 항소심 재판부는 제3자 뇌물 무죄 등 검찰이 불복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심리를 하게 된다. 박 전 대통령으로선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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