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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구소 지원 중단’ 논란 계속… “부실한 연구 실적” vs “소장 찍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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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구소 지원 중단’ 논란 계속… “부실한 연구 실적” vs “소장 찍어내기”

입력
2018.04.08 23:4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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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구재회 소장 해임 압력 의혹에

청와대 “교체 요구한 사실이 없다”

3ㅕUSKI 홈페이지.
3ㅕUSKI 홈페이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최근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 산하 한미연구소(USKI)에 대한 지원을 중단키로 한 것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USKI 측은 “청와대가 이 연구소 구재회 소장의 보수 성향을 문제 삼아 인적 교체를 주장하다가 거부되자 지원을 중단한 것”이라며 “학문의 자율성을 침해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USKI의 기형적 인적 구성 때문에 연구 실적이 부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수년 전부터 제기돼왔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2006년 설립돼 연간 20억원의 정부 지원을 받아온 USKI는 북한 위성사진 분석으로 잘 알려진 38노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학문적 연구보고서 성과는 미미하다. USKI 사이트에 게재된 연구보고서(working paper)와 특별보고서(special report) 중 최근 수년간 실적은 거의 없다. 연구보고서는 모두 24편이 게재돼 있는데, 2008년과 2009년에 집중해 14편이 생산됐다가 한동안 끊긴 뒤 2012년 8편, 2015년 1편만 생산됐다. 특별보고서 역시 31편이 게재돼 있는데 2016년 9월 컨퍼런스 자료집 이후로는 실적이 없다. USKI는 올해 10쪽 내외의 ‘워싱턴 리뷰’를 세 차례 출간했으나 좌담회를 정리한 수준이다.

USKI가 주력하는 38노스 사이트는 주로 북한 동향을 위성사진으로 분석하면서 북한 관련 외부 전문가의 논평이나 기고를 싣지만 독자적인 연구 성과를 내는 곳은 아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연구소의 생명은 연구 성과지만 USKI 이름으로 발간되는 내세울 만한 연구성과물이 없다”며 “발간 자료 대부분도 세미나 결과물을 정리한 것이거나 외부 연구진이 작성한 자료를 출간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 소장이나 제니타운 부소장도 연구 성과라고 할 만한 게 없다. 부소장의 출간물은 아예 없고 그나마 구 소장은 공저자로서 3권의 출간물을 냈지만 서문을 쓰거나 편집 역할을 한 정도다. 워싱턴 싱크탱크의 한 관계자는 “구 소장이나 제니타운 부소장은 연구 학자라기 보다 행정가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USKI의 연구 성과 부족이 도마에 오른 것은 기형적 인적 구성과 조직 구성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USKI 인력 중 박사학위 소지자는 구 소장이 유일하고, 연구 전담 능력을 갖춘 사람이나 연구를 위한 예산 배분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학 부설 연구소장은 대학 정교수가 겸임하면서 전문가 육성과 연구 활동을 주도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구 소장은 SAIS에서 강의를 하는 한국학 교수가 아니다. 한국학 강좌는 USKI를 통해 지원을 받는 1년짜리 계약직 교수가 맡고 있다. 워싱턴 싱크탱크의 다른 관계자는 “정교수가 없다 보니까 학생들이 한국학 전공을 택하기를 꺼릴 수 밖에 없다”며 “20억원이 투입되는 큰 규모의 사업으로 한국학 연구와 전문가 양성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하지만 한국학 연구는 뒷전으로 밀려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USKI가 연구기관이라기보다 한국인들의 워싱턴 사랑방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외부에서 보면 USKI 활동은 3가지인데, 38노스 운영과 국내 공무원들이나 정치인들의 연수처, 한국 정치인 등이 워싱턴을 방문할 때 간담회나 연설을 하는 곳으로 활용돼 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랑방 역할로 워싱턴에서 한반도 전문가들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기여해왔다는 평가도 있다. 2006년 설립 당시에는 워싱턴이 한국학 불모지나 다름 없던 상황에서 그나마 비빌 언덕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후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브루킹스연구소 등 워싱턴의 주요 씽크탱크에 한국학 석좌 자리가 만들어지면서 한반도 관련 연구도 활발해진 상황이다. USKI도 이런 상황 변화에 맞는 역할 개선 요구가 제기돼왔지만, 이에 반발하면서 정부 지원금 중단 사태를 맞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연구소의 역할과 성과에 대한 논란과는 상관없이 청와대가 구 소장 해임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나온 것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소의 갈루치 이사장도 한국 정부가 대학 독립성에 영향을 주려는 것은 문제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청와대 관계자는 “구 소장 교체를 요구한 사실이 없으며 국무조정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차원에서 추진된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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