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사무처가 최근 대법원에 “국회 특수활동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면 고도의 정치적 행위가 노출돼 궁극적으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참여연대가 특수활동비 내역을 공개하라며 낸 소송의 1ㆍ2심에서 연달아 패소한 뒤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낸 것이다. 앞서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법은 “특수활동비 내역을 공개해 국민의 알 권리를 실현하고 국회 활동의 투명성과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다른 기관의 특수활동비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국회가 유독 자신들에게만 관대한 행태는 떳떳하지 못하다. 국회의 불투명한 예산운용에 대한 불신만 증폭시킬 뿐이다.
국회 특수활동비가 고도의 정치적 행위에 쓰인다는 주장부터가 터무니없다. 올해 예산안에 반영된 국회 특수활동비 내역을 보면 교섭단체 운영지원, 국감 활동비, 상임위원회 활동비, 국제회의 참석 등 ‘특수하지 않은 항목’이 대부분이다. 특수활동비 편성이 가능한 ‘기밀성을 요하는 정보수집과 수사활동과 그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과 무관하다. 통상적 국회 활동을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포장하는 것도 그렇지만 국익 운운하는 데는 실소가 나온다.
국회 특수활동비가 영수증 첨부 없이 국회의장, 교섭단체 원내대표, 운영위원장 등 상임위원장 등이 나눠 쓰는 ‘쌈짓돈’이라는 비판이 나온 지는 오래됐다. 지난 2015년 당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국회 운영위원장을 하며 받은 특수활동비 일부를 부인에게 생활비로 줬다고 했고, 신계륜 전 민주당 의원은 국회에서 받은 특수활동비를 아들 유학비에 보탰다고 밝힌 바 있다. 참여연대가 소송을 낸 것은 이런 부조리를 바로잡자는 취지였고, 법원의 판결은 그 당위성을 확인한 셈이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유용된 사실이 드러난 이후 정부는 특수활동비 투명성 강화를 추진해 왔다. 청와대 등 정부는 올해 전 부처의 특수활동비를 18% 가량 삭감했고 내부 집행지침을 마련해 통제를 강화하도록 했다. 기밀유지에 필요해 증빙을 생략할 경우 감사원이 추후에 부처별 특수활동비 집행을 점검하도록 하는 장치도 두었다.
하지만 정부의 방만한 예산 집행을 질타해 온 국회는 자신들의 특수활동비 제도 개선은 외면하고 있다. 국회 특수활동비 유용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면 개선을 약속했다가 여론이 잠잠해지면 슬그머니 넘어가기를 되풀이해 왔다. 정부의 특수활동비 개선 요구에 앞서 국회가 먼저 특수활동비를 줄이고 사용 세부내역을 공개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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