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트럼프ㆍ시진핑, 싸우면서 속으론 웃는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트럼프ㆍ시진핑, 싸우면서 속으론 웃는다

입력
2018.04.08 18:09
16면
0 0

# 트럼프, 러 스캔들 등 묻혀가

지지율 45% 이상 고공 행진

“무슨 일 일어나든 시진핑과 친구

中, 무역장벽 거둘 것” 트윗

# 중국 관영매체들 연일 반미 구호

시진핑 1인 지배 정당화 계기로

중국 SNS에서 유행하는 ‘(미국과) 끝까지 싸우겠다’는 내용의 포스트. 웨이보 캡처
중국 SNS에서 유행하는 ‘(미국과) 끝까지 싸우겠다’는 내용의 포스트. 웨이보 캡처

지구촌 전체가 격화하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을 우려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주도하는 두 명의 최고 권력자는 오히려 정치적 이득을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치적 위기 돌파용으로 사태를 심화시키고, 중국 정부는 고조되는 반미 여론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1인 지배체제를 정당화하는 계기로 삼는 데 몰두하고 있다.

8일 중화권 매체들에 따르면 미중 간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중국 인터넷에 문화혁명 시기의 반미 구호가 다시 등장하고 반미 정서를 부추기는 ‘가짜 뉴스’도 속출하고 있다. 웨이보(微博)ㆍ웨이신(微信) 등 중국 소셜미디어(SNS)에선 수많은 네티즌이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평론기사 ‘누가 누구를 두려워하겠느냐’를 링크했다. “중국 민심의 충만한 민족주의 정서가 또 다시 불타오르고 있다”는 이 평론기사에는 “무역전쟁을 바라지 않지만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는 등의 정부 논평을 되풀이한 댓글이 다수 달렸다.

SNS에서는 만리장성을 배경으로 ‘끝까지 모셔다 드리겠다(奉陪到底)’는 문구를 새긴 포스트도 인기다. ‘원한다면 (미국과)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미다. 후난(湖南)성 헝산(衡山) 관광지 매표소의 가짜 통지문 합성사진도 화제다. 중문과 영문으로 된 이 통지문은 “미국 국적의 관광객이 티켓을 구매할 때는 25% 관세를 더 내야 한다”면서 “불편한 점이 있으면 미국 대사관에 물어 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민일보의 논평기사 제목이나 SNS상의 포스트 문구는 모두 마오쩌둥(毛澤東)의 어록을 발췌한 혁명가요의 가사 일부다. 미중 간 무역전쟁을 계기로 젊은 세대에까지 문화혁명 시기의 반미 구호가 거침없이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수구적 성격이 강한 관영 환구시보는 “미국의 몽둥이를 태워버리겠다는 ‘항미원조 전쟁’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며 과거 한국전쟁 당시의 반미 감정까지 부추기고 나섰다.

한 베이징(北京)대 교수는 “시 주석을 중심으로 한 권위주의 통치가 강화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면서 “관영매체가 반미 감정을 부추기고 국민들이 호응하는 모양새를 통해 시진핑 1인 체제를 정당화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시작할 때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특검 수사, 포르노 여배우와의 성추문 등 내부 악재 무마용이란 비판이 거셌는데 여론조사 기관 라스무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꾸준히 45%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1929년 대공황 이후 최악 참사를 우려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나는 계기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8일 백악관에서 철강노동자들을 병풍처럼 세워 놓고 중국산을 포함한 수입 철강ㆍ알루미늄에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때부터 무역전쟁이 지지층 관리 수단임을 노골화했다. 러스트 벨트(공장지대) 노동자들은 “선거 때 약속했듯 미국 노동자들을 지키겠다”는 그의 공언에 열광했고 이후 대선 당시의 콘크리트 지지율이 재연된 것이다.

중국이 지난 2일 수입 농산물에 보복관세를 부과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중서부 팜 벨트(Farm Beltㆍ농장지대)에 대한 구제대책을 지시한 것도 마찬가지다. 팜 벨트도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 몰려 있는 곳이고 미주리ㆍ오하이오주 등은 오는 11월 중간선거 대상 지역이다. 이미 예견된 중국의 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으면서도 이를 자신의 정치적 기반 확보의 수단으로 삼은 셈이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정부가 농산물을 비싸게 사들임으로써 농민들을 지원하는 방식은 국가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고 보조금 형태로 지원할 경우 국제적으로 무역 분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역전쟁을 정치적 위기를 벗어나는 계기로 활용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중국과의 무역 갈등이 ‘미국의 승리’로 종결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의) 무역 논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시 주석과 나는 언제나 친구일 것”이라며 “중국은 무역 장벽을 거둘 것이다. 그게 옳은 일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관세는 호혜적이 될 것이며, 지적재산권 협상도 이뤄질 것”이라면서 “양국 모두에 훌륭한 미래!”라고 썼다. 대중 무역 전쟁이 한창 격화하는 시기에 나온 유화적 언급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긴 하지만 특별한 근거를 제시하진 않았다는 점에서, 중국을 향해 특유의 압박 전략을 재차 구사한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