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SK와 첫 경기서 3점 차 승리 견인
10년 만의 우승 유리한 고지 점령
“재계약 안 하면 집에 가서 눕겠다”
이상범 감독, 진심 드러낸 농담도
원주 DB의 이상범 감독은 챔피언 결정전 직전, 팀의 ‘주포’ 디온테 버튼(24ㆍ192.6㎝)과의 재계약을 위해 “바짓가랑이라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튼은 감독의 절실한 이유를 챔프전 첫 무대에서 직접 증명해냈다.
버튼은 8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7~18 정관장 프로농구 서울 SK와 챔프전(7전4승제) 1차전에서 혼자 38점(14리바운드)을 책임지는 괴력을 발휘하면서 팀의 93-90 승리를 이끌었다. 버튼의 한 경기 38점은 지난 2월1일 창원 LG와 정규리그 경기에서 43점을 넣은 것에 이어 두 번째 최다 득점이다.
이날 일찌감치 4,100석을 모두 채우고, 입석 티켓까지 구매해 체육관을 가득 메운 홈 팬들의 응원 속에 DB는 2007~08시즌 이후 10년 만의 우승을 향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역대 챔프전에서 1차전을 먼저 가져간 팀은 21회 중 15차례 정상에 올랐다. 확률은 71.4%다. DB는 과거 2002~03, 2004~05, 2007~08시즌에 우승했을 때도 1차전을 먼저 가져갔다. 양 팀의 2차전은 10일 같은 장소에서 펼쳐진다.
올 시즌 KBL(한국농구연맹) 무대를 처음 밟은 버튼은 ‘꼴찌 후보’였던 DB를 정규리그 1위로 올려놓은 주역이다. 정규리그 전 경기(54)를 모두 뛰며 평균 23.5점 8.6리바운드 3.6어시스트를 기록했고, 외국인 선수 최우수선수상(MVP)도 받았다. 안양 KGC인삼공사와 4강 플레이오프에서도 활약을 이어가자 이상범 감독은 챔프전을 앞두고 “버튼이 시즌 끝나고 재계약 사인을 안 해주면 제일 먼저 버튼 집에 찾아가서 드러누울 것”이라며 “감독이 집에 놀러 갈리는 없고, 재계약 하러 가는 것은 알지 않을까”라고 웃었다.
이 감독이 버튼에게 집착하는 이유는 챔프전에서도 잘 나타났다. 버튼은 팀이 45-46으로 근소하게 뒤진 채 맞은 3쿼터에서 혼자 20점을 폭발시켰다. 로드 벤슨이 6점 6리바운드로 힘을 보태 DB는 75-64로 3쿼터를 앞섰다. 4쿼터 막판 SK가 거센 추격에 나설 때 3점슛 2개를 실패해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지만 91-90으로 1점 리드한 종료 3.6초 전 상대 파울로 얻은 자유투 2개를 모두 넣어 경기를 끝냈다. 버튼 외에도 벤슨이 19점 10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작성했고 두경민(9점), 김주성, 윤호영, 서민수(이상 6점) 등이 지원사격을 했다.
버튼은 경기 후 기쁨보다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는 “마지막에 에어볼도 있었다”고 자책하면서 “챔프전이 아직 안 끝났기 때문에 경기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규리그 2위로 1999~00시즌 이후 18년 만에 두 번째 챔프전 우승을 노리는 SK는 막판까지 끈질기게 따라붙었지만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특히 2연속 덩크로 기세를 올린 테리코 화이트가 90-91로 뒤진 종료 4초 전 돌파에 실패, 역전 기회를 놓친 것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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