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 수원-삼성 소극적 플레이
관중 1만3122명 역대 매치 최소
팬들 입에서 “이게 무슨 ‘슈퍼(super)매치’냐. ‘슈퍼’란 말은 빼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로 싱거운 라이벌전이었다.
수원 삼성과 FC서울이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1(1부) 5라운드 맞대결에서 0-0으로 비겼다. 양 팀 모두 전반에 잔뜩 웅크린 채 자기 진영에서만 볼을 돌렸다. 후반 들어 조금씩 불이 붙었지만 득점 찬스는 거의 없었다. 올 겨울 서울에서 수원으로 이적해 큰 관심을 모았던 데얀(37)은 전반 시작과 함께 날린 오른발 발리 슈팅이 살짝 빗나간 것 말고는 거의 공을 못 잡다시피 하다 후반 36분 교체됐다.
수원과 서울의 맞대결은 한국 축구의 대표 ‘앙숙’으로 꼽히는 김호(77) 전 수원 감독, 조광래(64) 전 안양LG(서울 전신)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을 때부터 뜨거웠다. 두 사령탑은 한 치 물러섬 없는 화끈한 공격 축구로 한국 프로축구 최고의 더비를 탄생시켰다. 이어 차범근(65ㆍ수원)-귀네슈(66ㆍ서울), 서정원(49ㆍ수원)-최용수(48ㆍ서울) 감독 등으로 라이벌전의 명맥이 이어져왔지만 최근 들어 많이 퇴색됐다.
무엇보다 수원과 서울의 전력이 예전 같지 않다. 과거 두 팀에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즐비했지만 지금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좋은 선수가 없으니 수준 높은 플레이는 언감생심이다. 올 시즌 5라운드 전까지 수원은 5위(2승1무1패), 서울은 11위(2무2패)였다.
슈퍼매치가 흥행 보증수표란 것도 옛 말이다. 이날 1만3,122명이 들어와 서울이 2004년 5월, 안양에서 서울로 연고를 옮긴 이후 슈퍼매치 최소 관중을 기록했다. 프로축구연맹이 올 시즌부터 엄격히 유료 관중만 발표하고 있고(작년까지는 유ㆍ무료 관중 함께 집계) 갑작스레 찾아온 꽃샘추위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지만 슈퍼매치가 점차 외면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양쪽 다 예전처럼 좋은 선수가 있다면 훌륭한 퍼포먼스가 꾸준히 유지됐을 것”이라고 아쉬워했고, 황선홍(50) 서울 감독도 “좋은 경기를 보여주지 못해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전북 현대는 이동국(39)의 결승골로 포항 스틸러스를 2-0으로 눌렀다. 전날인 7일에는 4연승을 달리던 경남FC가 대구FC와 1-1로 비겼다. 경남의 ‘괴물공격수’ 말컹(24)은 득점 없이 1도움을 기록했다.
수원=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