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티 페리 첫 내한 콘서트
팬 선물 착용하고 무대서 열연
“이게 한국식 하트 맞죠? 세상에서 가장 멋진 하트네요. 미국에 가져가도 될까요?”
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열띤 무대를 마친 미국 팝스타 케이티 페리(35)가 관객 1만5,000여명을 향해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였다. 이윽고 상체가 무릎에 닿도록 고개를 숙이더니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이날 페리는 관객에게 “‘핫 앤 콜드’를 어떻게 말하냐”고 물어 ‘뜨겁다’, ‘추워’라는 단어를 익히기도 했다. 공연 내내 소통을 이어가려는 페리의 노력에 관객은 열띤 함성으로 응했다.
페리는 데뷔 17년 만에 처음 연 내한 공연 ‘위트니스 더 투어’에서 한국 팬을 향한 뜨거운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의상부터가 팬사랑이 담겼다. 그는 오프닝 무대에서 강렬한 붉은 색 의상에 아얌을 쓴 채로 나와 관객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아얌은 이날 한국 팬에게 선물로 받은 것. 공연 티켓 예매자 10명과 공연 전 만나는 ‘밋앤그린’ 이벤트 자리에서였다. 열혈 팬이 페리의 무대 의상을 미리 확인하고 이에 맞춰 붉은 색 아얌을 선사했다. 페리는 즉흥적으로 아얌을 쓰고 무대에 올랐다고 한다. 공연 전 해외 팝스타와의 만남은 보통 유료로 열리는데, 이날 만남은 페리의 요청으로 무료로 진행됐다.
2001년 데뷔한 페리는 2010년 발매한 ‘틴에이지 드림’에 수록된 5곡이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오르며 세계적인 팝스타로 떠올랐다. 화려하고 감각적인 공연 연출로도 유명하다. 2015년 미국 슈퍼볼 하프타임쇼에 출연해 역대 슈퍼볼 공연 시청자수 1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페리는 오래 전부터 한국에 호감을 보여왔다. 한국의 미용 관련 동영상을 즐겨보며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키워왔고, 호감과 호기심을 바탕으로 내한 공연을 하고 싶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연 섭외 과정에서 그의 ‘조바심’이 드러나기도 했다. 두 달 정도 논의 끝에 공연 여부를 확정 짓는 여느 팝스타와 달리 페리 측은 섭외 2주일 만에 공연 요청에 응했다. 한국 팬들은 예매 시작 10분만에 티켓을 매진하며 페리의 호의에 화답했다.
페리는 5일 입국한 뒤로 통역관에게 한국말을 끊임없이 물으며 한국 배우기에 열성을 보였다. 공연 전에는 서울 홍익대 앞 애견 카페, 신사동 가로수길을 관광했고, 함께 온 스태프들과 한남동에서 소고기를 구워 먹으며 한국 문화를 즐겼다. 페리는 “‘한국식 바베큐’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며 “이 곳에서 아름다운 한국 문화를 볼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그는 7일 출국을 하기 전 경기 파주 판문점 비무장지대(DMZ)를 들리기도 했다.
6일 무대는 ‘콘서트의 여왕’으로 불리는 페리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돌출무대와 주사위, 홍학 인형, 행성과 꽃 구조물 등 거대한 무대 장비가 우주와 바다라는 주제에 맞춰 화려하게 꾸며졌다. 월드투어의 일환으로 열린 이번 콘서트는 아시아 지역에서 모두 동일한 무대구성으로 진행된다. 페리는 100톤이 넘는 무대 장비를 모두 가져왔다. 장비 설치를 위한 110명의 스태프들과 댄서 10명, 밴드 멤버 5명, 백업 가수 2명도 함께 내한했다. 공연기획사 액세스의 한 관계자는 “아침에 (무대 장비만) 11톤 트럭으로 35대가 왔다”며 “한국 스태프 200여명이 장비를 내리는 데만 3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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