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꼬치를 곁들여 맥주를 마시는 중국 음식문화가 국내에 확산되면서 양고기와 중국산 맥주 수입액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 닭, 돼지 중심의 국내 육류소비 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평가와 더불어, 일본ㆍ유럽산이 우위를 보였던 수입맥주 시장 판도도 변화하고 있다.
8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양고기 수입액은 1억915만달러(1,167억원)로 전년보다 81.5% 증가했다. 양고기 수입액 증가폭(전년 대비)은 최근 3년 동안 2015년 24.5%, 2016년 35.7%, 2017년 81.5%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올 1, 2월 수입액 역시 2,185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0% 늘어 올해도 증가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양고기 수입 증가는 국내에 체류하는 중국인들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양꼬치 전문점이 등장한 것이 계기가 됐다. 중국인 주요 거주 지역인 서울 가리봉동, 건대 입구 등에 하나둘 늘어나던 양꼬치 전문점은 이제 내국인들의 입맛도 사로잡으면서 서울 전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0년 313개였던 양꼬치 전문점은 지난해 643개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음식업계에서는 양고기 특유의 누린내를 제거한 조리법이 토착화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고기 수입 1위 국가인 호주와 우리나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질 좋은 양고기가 싼값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도 양고기 소비가 늘어난 배경이다. 호주산 양고기는 지난해 양고기 전체 수입량의 91.5%를 차지하고 있다. 2014년 12월 호주와 FTA를 체결하면서 양고기 관세는 체결 이전 22.5%에서 11.2%(올해 기준)로 줄었고 2023년이면 관세가 완전히 철폐된다. 김재민 농촌식품유통경제연구소 연구부장은 “관세 완화를 계기로 면양이나 번식용 양 대신 질 좋은 고기용 양이 수입되면서 소, 닭, 돼지 대신 양고기를 선택하는 국내 소비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국산 맥주 수입도 양고기 인기 등에 힘입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중국산 맥주 수입액은 3,774만달러(403억원)로 전년 대비 43.0% 증가했다. 맥주 최대 수입국 일본(7,141만달러)에 이어 2위다. 2014년까지만 해도 중국산 맥주 수입량은 ‘3대 맥주 수입국’으로 꼽혔던 일본, 독일, 네덜란드는 물론 아일랜드에도 뒤진 5위였지만, 이듬해 네덜란드를 제친 데 이어 2016년부터는 일본을 잇는 2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중국산 맥주를 유통하는 주류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맥주를 양꼬치와 ‘세트’로 소비하던 소비자들이 점차 다른 음식과도 곁들여 마시면서 중국 맥주의 수입 규모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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