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사별 후 경제적 어려움 커
“너무 힘들어 딸 데려간다” 유서
충북 증평에서 남편과 사별한 뒤 생활고와 빚 독촉에 시달리던 40대 여성과 4살 난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4년 전 생활고를 겪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 사건’과 판박이다.
8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5시 18분쯤 충북 증평군 모 아파트 4층 A(41ㆍ여)씨의 집 안방에서 A씨와 딸(4)이 침대에서 숨진 것을 아파트 관리소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발견했다.
아파트 관리소 관계자는 “아파트 관리비를 장기간 연체하고, 연락도 되지 않는 게 이상해 집을 찾아갔지만 문이 열리지 않아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발견 당시 시신 상태 등을 감안할 때 모녀가 최소 두 달 전쯤 숨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에도 수도 사용량이 지난해 12월부터 0으로 표시돼 있었다.
A씨는 심마니 생활을 하던 남편이 지난해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남편과 함께 갚던 수 천만원의 빚을 혼자 감당하게 되자 5만~6만원의 월세와 수도ㆍ전기요금 등을 미납하는 등 고통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유서에는 “혼자 살기가 너무 힘들다. 딸을 먼저 데려간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남편과 사별한 A씨가 빚을 혼자 떠안으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감당하기 어려워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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