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으로 단체관광을 온 한국인이 무리한 관광을 하다 변을 당했다.
7일 호찌민총영사관에 따르면 전날 베트남 남부 휴양지 무이네에서 한국인 관광객 문모(57)씨가 물에 빠져 숨졌다.
문씨를 포함 31명으로 구성된 단체관광객들은 이날 오후 2시 30분쯤 무이네 유명 관광지 중의 하나인 모래언덕(Sand dunes) 투어에 나섰다. 문씨는 “언덕 아래는 위험하니 내려가지 말라”는 가이드의 주의에도 다른 일행 3명과 함께 모래 언덕 밑으로 내려갔으며, 그 중 1명과 함께 모래 언덕 사이에 있는 호수에 들어갔다 나오지 못했다. 호수는 길이 2.7㎞, 폭 500m 정도다.
같이 물에 들어간 1명은 멀리 들어가지 않고 곧바로 나왔다. 문씨는 25m가량 안쪽 호수 바닥에서 발견됐다.
현장에서 경위를 확인한 이희석 영사는 “베트남 공안 부검의는 특이한 점을 찾을 수 없어 사망 원인을 익사로 추정했다”며 “보다 정확한 사인 확인을 위해 혈액 검사 등 정밀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현장에 도착한 유족에 따르면 문씨는 4,5년 전 수영을 시작했다. 그의 수영 실력은 보통 이상으로 알려졌다. 문씨 등 일행은 수입타이어업체 판매점 대표들로, 본사가 격려 차원에서 베트남으로 여행을 보낸 것으로 이 영사는 파악했다.
사고에 앞서 이 단체 관광객들은 모래언덕 관광 직전 판티엣시 해변가에 위치한 해산물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 관계자에 따르면 가이드 등을 제외한 28명이 같은 자리에 앉아 ‘하노이 보드카’(0.5리터, 알코올 29%) 9병을 나눠 마셨고 10병을 추가로 구입, 버스에 올랐다. 모래언덕은 식당에서 30분 거리에 있다.
문씨가 물에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한 사실은 모래 언덕 위 일행에 의해 뒤늦게 확인됐다. 이 영사는 “한 일행이 ‘분명 4명이 내려갔고, 그 중 2명이 물에 들어갔는데 나중에 보니 3명 밖에 보이지 않아 모두 언덕 밑으로 내려가 그를 찾았다’고 말했다”며 “그래도 확인이 되지 않자 모래언덕 관리소에 도움을 요청했고, 그 직원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물에 들어가 문씨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늦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베트남은 다양한 기후와 자연환경을 갖고 있으며,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동쪽으로 200㎞ 가량 떨어진 판티엣시의 무이네 해변 인근에는 모래언덕이 발달해 있다. 관광객들은 버스 등으로 사막 입구에 도착하면 모래 언덕까지 걸어가거나 전용 4륜 오토바이나 SUV를 이용해 둘러보며 관광한다. 관광객들은 경사도가 70도에 이르는 모래 언덕에서 비닐 부대를 이용한 썰매를 타기도 하지만, 관광 가이드들은 안전을 이유로 언덕 밑에 내려가지 말 것을 안내하고 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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