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멕시코 영토 내의 중남미 불법 이민자 구금시설에서 수용자들의 생체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 보도에 따르면 미 국토안보부는 지난 13개월 동안 콰테말라와 인접해 있는 멕시코 남부 타파출라와 수도 멕시코시티에 있는 불법 이민자 수용소 두 곳에서 3만명 이상의 생체정보를 모아 기록한 문서를 입수했다. 수집된 생체정보는 지문과 홍채 인식, 문신ㆍ흉터를 비롯한 각종 신체적 특성들이다.
지난해 생체정보가 수집된 미 2만 1,000명 가운데 5,500명은 과거 미국 국경을 불법으로 건너려다 체포된 이들로 파악됐다. 이 중 24명은 외국인 밀수업자이고, 8명은 범죄조직의 조직원이었다. 게다가 이달에는 생체정보 수집이 미 캘리포니아주와 맞닿아 있는 티후아나와 멕시칼라, 텍사스주와 인접한 레이노사에 있는 멕시코 내 또 다른 불법 이민자 구금시설들로도 확대된다.
이 같은 생체정보 수집 프로그램은 2012년부터 추진됐다. 지난해 9월 퇴임한 윌리엄 브라운필드 전 미 국무부 국제마약ㆍ법집행국장은 2012년 개발에 착수한 이 프로그램은 2014년 소프트웨어와 다른 기술, 미국과 멕시코 간 안보 미팅에서 이행을 합의하며 시작됐다고 전했다. 그는 “멕시코 정부가 흥미를 가진 이유 중 일부는 멕시코를 경유해 미국에 가려는 사람들 뿐 아니라, (정착을 위해) 멕시코에 오는 이들도 어떤 인물인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창을 얻게 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입장에서도 중남미 출신 이민자 행렬을 더 쉽게, 그리고 더 적은 비용으로 더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전직 미 국무부 관리도 “미국 안보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멕시코의 역량도 증진하는 양자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무려 6년 동안 이 프로그램의 존재가 알려지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WP는 미 당국의 멕시코 구금시설 접근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내정 간섭’ 비난이 나올 가능성을 우려한 멕시코 당국이 그 동안 쉬쉬해 왔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의 기술을 의심스러워하는 멕시코 대중들의 반발도 우려했을 법하다.
최근 불법 이민자 문제를 두고 미국과 멕시코 간 갈등이 격화하는 시점에서 공개된 양국의 생체정보 수집 협력 사실은 미묘한 파장을 낳게 될 전망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멕시코 정부가 미국으로의 불법 이민에 손을 놓고 있다”면서 멕시코 정부를 비난하면서 미-멕시코 국경에 최대 4,000명의 주방위군 투입을 명령한 바 있다. WP는 문제의 생체정보 수집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수사(修辭)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 민감한 프로그램”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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