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주식 한도의 23.5배 배당 사고
‘시스템 규제’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
삼성증권의 배당 사고로 국내 증권시장 유통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발행 가능 주식 수의 20배가 넘는 주식이 계좌에 입고되고 시장에 유통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다.
삼성증권이 팔려나간 주식을 회수하고 부족한 주식은 법인 계좌에서 대차하는 방식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투자자들의 비판은 시스템 문제로 옮겨 붙고 있다. 급기야는 주식 발행 시스템을 점검해 달라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 청원은 7일 오후 2시40분까지 4만5,477명이 동의했다. 게시물이 작성된 지 하루 만에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 명의 5분의 1 이상이 찼다. 청원 게시자는 “회사에서 없는 주식을 배당하고 그 주식이 유통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증권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주식을 찍어내고 팔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네이버를 통해 로그인한 동의자는 “신뢰가 절대적인 금융권에서 이런 식으로 자꾸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면 금융 시스템 속에 참여하고자 하는 고객들은 대체 어디서 믿음을 얻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동의자는 “주식을 빌리는 대차거래 없이도 무한정 주식을 공매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큰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발행 가능 수량을 초과하는 신주가 발행되는 것을 방지하지 못한 전산 시스템상 허점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고로 지급된 주식은 28억3,162만주로 삼성증권 정관상 발행한도(1억2,000만주)의 23.5배에 달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사 발행주식 총수보다 많은 주식이 발행되는 것을 걸러낼 수 없는 시스템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6일 오전 주식 배당 사고로 자사 직원들이 시장에 판 주식은 약 501만3,000주로 집계됐다. 삼성증권은 직원 매도 물량 중 절반인 250만주는 장내에서 회수하고 나머지 250만주 가량은 다른 계좌에서 주식을 빌리는 ‘대차’ 방식으로 물량을 확보해 결제 사고는 우선 막았다. 금융감독원은 삼성증권에 투자자 피해보상을 신속하게 할 것을 요청하는 한편 삼성증권의 사고 처리과정을 모니터링 할 계획을 밝혔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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