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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요의 생활의 발견] 다 버리기로 했건만, 서재 욕심은 차마...

입력
2018.04.07 10: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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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수납, 위쪽은 4단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디자인의 책장을 주문제작했습니다. 최고요 제공
아래는 수납, 위쪽은 4단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디자인의 책장을 주문제작했습니다. 최고요 제공

무엇이든 간결하게 정리하는 것이 인생의 과제처럼 느껴지던 때가 있었습니다. 공간을 근사하게 만드는 일은 정리정돈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깨닫고부터-그리고 아마도 유행처럼 번지던 ‘미니멀리즘’의 영향으로 인해-최대한 적게 소유하고 공간과 마음에 여백을 두는 것이 바람직한 삶의 태도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물건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그 시절, 심판의 잣대에 오른 수많은 물건 중에는 책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자리를 차지하는 책장을 따로 두지 않기로 마음먹고는 책상 아래에 꼭 소장하고 싶은 책만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남겨진 책들은 책상 아래 작은 공간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는데 겹겹이 쌓여 있는 터라 한 권씩 빼기도 힘이 들었고, 아무리 청소를 해도 돌아서면 먼지가 쌓이곤 했습니다.

그렇게 3년을 살다가 지난해 5월,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을 때 문득 ‘서재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키가 큰 책장에 여유롭게 꽂혀 있는 책들, 가운데 몇몇 칸에는 책이 가로 세로로 디스플레이한 것처럼 배치되어 있고 그 위나 옆으로 소품이나 토분에 심은 작은 식물을 함께 놓은, 빛이 환하게 들어오는 그런 서재가 눈앞에 그려졌습니다. 참고용 사진으로만 보아오던 잘 세팅된 외국의 서재 풍경이었습니다. 과연 그런 공간을 나도 가질 수 있을까, 조금은 의심을 하며 이사 온 집의 방 세 개 중 가장 크고 밝은 방을 서재로 정했습니다. 벽면을 꽉 채울 만큼 큰 책장을 짜 넣기로 하고는 맨 아래 칸에는 문이 달려서 문서나 자질구레한 것들을 수납할 수 있고, 위쪽은 4단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디자인의 책장을 주문제작 했습니다. 소박하고 유행을 타지 않는 모습이기를 원했습니다.

그 책장에는 책의 크기와 종류, 분야에 상관없이 ‘색깔별’로 책을 꽂고 (이렇게 하면 놀랍게도 책장이 예뻐집니다!) 한가운데 가장 잘 보이는 섹션에는 제 나름대로 선정한 ‘이달의 책’을 표지가 잘 보이도록 배치해두었습니다. 동묘시장을 구경하다가 커버가 멋져서 구입한 LP판과 중고 책들을 좋아하는 소품과 함께 디스플레이한 다음, 동그란 잎사귀가 귀여운 식물도 놓았습니다. 책장 앞에는 편히 기대어 앉을 수 있는 등나무 소재의 곡선이 예쁜 의자를 두고 한쪽 벽에는 오래된 지류함을 두고 서랍장 대신 사용합니다. 반대편 벽에는 긴 책상을 배치해 작업 공간도 넉넉하게 마련했습니다. 창가에는 토분에 심은 몬스테라, 무화과, 아보카도를 키웁니다.

오래된 집의 창문이 커다란 방, 사계절과 매일의 날씨가 또렷하게 느껴지는 우리 집 서재에서 아침이면 창문을 열고 바람을 느끼며 책을 읽습니다. 식물들의 잎사귀가 살랑거립니다. 왜 진작 이런 서재를 만들지 않았을까, 책장 앞 의자에 앉아 비 오는 창밖을 바라보며 오늘 아침에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공간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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