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손쉽게 기증, 활용 가능하게
국제적으로 일부 조건에 사용 허락 표시
‘공유마당’ 나눔N서비스 등록하면 끝
국내 1호 기증물은 안익태 ‘애국가’
공유 저작물 73%가 사진으로 쏠림
누군가가 저작권을 기증하거나 일부 조건을 걸고 사용을 허락할 경우 이는 공유저작물이 된다. 일부 특정인이 아닌 다수가 함께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다.
구체적으로 ▦영화, 애니메이션 같은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포함한 저작권이 기증된 저작물 ▦저작자가 스스로 조건을 붙이고 이를 준수하면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자유이용허락표시(CCLㆍCreative Commons License) 저작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업무상 창작하거나 계약에 따라 저작권을 취득해 관리 중인 공공저작물(KOGL) ▦저작자 사망 후 70년이 지나 별도 승인 절차 없이도 쓸 수 있는 만료저작물 등이 해당된다.
1호 기증 저작물은 고 안익태 선생의 ‘애국가’
저작권 기증은 2008년 기증저작권 관리 단체로 지정된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저작권을 맡기는 것이다. 제1호 기증 저작물은 고 안익태 선생의 ‘애국가’로 유가족들이 지난 2005년 기증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축적된 기증 저작권은 총 3,059건에 달한다. 2013년 사진작가 김중만씨가 정부수립 66주년을 기념해 사진 66점을 기증했고, 2016년부터는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릴레이 저작권 기증에 나서고 있다.
일반인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저작권 공유는 CCL을 활용하는 것이다. 저작권위원회 관계자는 “(저작권) 기증은 저작권을 완전히 넘겨야 하고 오프라인에서 서명을 하는 등 별도 절차가 필요하다”며 “반면 CCL은 저작자가 자기 형편에 맞게 조건만 제시하면 되니까 절차도 간단하고 부담이 덜 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저작자가 인터넷에 자신의 저작물을 올리고 ▦저작자표시(Attribution: BY)- 저작물을 사용할 때 원저작자를 꼭 표기한다 ▦비영리(Noncommercial: NC)-저작물을 영리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변경금지(No Derivative Works: ND)-저작물을 변경할 수 없다 ▦동일조건변경허락(Share-alike: SA)-2차 저작물을 만들 때 그 저작물에도 원저작물과 같은 저작권을 써야 한다 등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용어와 기호를 함께 붙이면 누구나 이 조건들을 지킬 경우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 저작권위원회는 CCL을 활용하려는 이들을 위해 ‘나눔 N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위원회의 공유마당(gongu.copyright.or.kr)에 저작물 나눔 N신청을 하고, 자신이 만든 저작물을 올리면 등록이 끝난다.
공유마당의 공유 저작물을 활용해 2차 저작물을 만드는 사례들도 늘고 있다. 배성태 일러스트 작가의 ‘빈칸을 채우시오’ 애니메이션 ‘좀비덤’ 등에는 공유마당의 음원이 쓰였다. 저작권 보호 기간이 만료된 어문 저작물이 이북(E-book), 오디오북으로 재활용되기도 한다. 또 교과수업 자료제작 사이트 ‘에듀니티 미디어립’에서도 이를 활용해 다양한 교육 자료 제공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해외 비교 공유 저작물 규모 턱없이 모자라
그러나 여전히 공유 저작물의 전체 규모는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 기준 저작권위원회가 운영 중인 공유저작물 데이터베이스에는 총 67만6,000여 건이 들어 있다.
반면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 유럽 33개 국가 2,200개 이상의 기관들이 참여하고 유럽연합(EU)이 후원하는 디지털 도서관 프로젝트 ‘유로피아나(Europeana)’에는 5,400만개 이상의 저작물이 공유돼 있다. 미국 내 1,900개가 넘는 도서관, 박물관 등이 소장한 저작물을 모은 미국디지털도서관(DPLA)도 수천만 건의 저작물을 확보했다.
숫자도 적지만 국내 공유 저작물은 사진이 48만9,000여 건으로 약 73%를 차지할 만큼 쏠림 현상이 뚜렷하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김기태 세명대 디지털콘텐츠 학과 교수는 “저작권 공유를 문화로 정착시키는 게 필요하다”며 “정부 차원에서 1억 원 이상 기부하면 ‘아너스 클럽’ 회원이 되는 것처럼 자신의 저작권을 기증ㆍ기부하면 이에 맞게 예우하거나 세제 혜택을 주는 방식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근본적으로 저작권 관련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행 정규 교육 과정에는 기술, 가정과 정보 교과서에 저작권 관련 내용이 실려 있는데 필수과목이 아니다. 저작권위원회가 ‘저작권 체험교실’을 운영하지만 이 역시 특강 형태에 그친다.
김 교수는 “많은 학생이 저작권을 공유하면 자신은 물론 사회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미처 모르고 큰 고민 없이 남의 저작물을 베끼는 식으로 저작권을 침해한다”며 “게다가 사범대나 교대의 커리큘럼에도 저작권에 대한 교육이 거의 없다 보니 교사들마저 저작권 공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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