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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근혜 징역 24년 선고, ‘국정농단’ 준엄한 심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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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근혜 징역 24년 선고, ‘국정농단’ 준엄한 심판이다

입력
2018.04.06 19:0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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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태로 헌정 사상 처음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1심에서 징역 24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6일 박 전 대통령의 공소사실 18가지 가운데 16가지를 유죄로 인정했다. 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넘겨진 지 354일 만에 나온 사법부의 단죄다.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국기문란을 야기한 책임을 엄중히 물은 것이다. 나라를 송두리째 뒤흔든 국정농단 범죄의 심각성을 생각하면 당연한 귀결이다.

앞서 같은 재판부는 국정농단 사태의 또 다른 ‘주범’ 최순실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바 있다. 민간인 신분인 최씨에 비해 최고위 공직자였던 박 전 대통령에게는 더 무거운 형량이 선고될 것으로 예상돼 왔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을 국정농단의 정점에 있는 최고 책임자이자 국정운영의 키를 맡겨 국가위기 사태를 초래한 장본인으로 규정했다. 또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은 대통령 권한을 남용했고 그 결과 국정질서에 큰 혼란을 가져왔으며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에 이르게 됐다”며 “그 주된 책임은 헌법이 부여한 책임을 방기한 피고인에게 있다”고 질타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중형이 선고된 것은 전직 대통령답지 않은 행태와도 무관하지 않다. 법원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하며 지난해 10월부터 재판을 거부해온 박 전 대통령은 이날도 끝내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추가로 기소돼 진행 중인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관련 재판에도 불출석하고 있다. 재임 중에는 국정농단으로 헌정 질서를 유린하더니 탄핵 후에는 사법방해로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재판부 지적처럼 “범행을 모두 부인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책임을 주변에 전가”하고 있으니 최소한의 책임감마저 내팽개친 꼴이다.

재판부는 공범들의 재판 결과와 마찬가지로 핵심 공소사실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국정농단 사태의 발단이 된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에 대해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해 기업의 출연을 강요한 것”이라며 권력을 이용한 강탈행위임을 못박았다.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에는 “다수의 종사자가 유ㆍ무형의 불이익을 당했고, 담당 기관 직원들이 청와대의 부당한 지시로 양심에 반하는 일을 고통스럽게 수행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주목되는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와의 판단 차이다. 박 전 대통령 재판부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에 대해 “증거능력이 있다”고 인정했다. “판례가 인정하는 바와 같이 직접 증거로는 사용할 수 없지만 간접 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는 증거능력이 있다”고 밝혔다. 삼성의 뇌물 액수에 대해서도 말 구입비를 포함해 모두 73억까지 인정하는 등 다른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청탁 의혹에 대해서는 “개별적 청탁이나 포괄적 청탁이 없었다”고 동일한 판단을 내렸다.

이날 선고 공판은 사실심에 대한 첫 생중계로서도 관심을 끌었고,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1시간40분 동안 진행된 재판에서 김세윤 부장판사는 일반인도 알기 쉽게 차분한 어조로 판결문을 읽어 내려갔다. 상당수 국민이 생중계를 지켜봐 시청률도 전날 동시간보다 훨씬 높았다고 한다. 공공의 이익을 우선해야 할 사건이라면 앞으로 재판 생중계를 더욱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날 선고로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사법부의 단죄가 일단락됐다. 2016년 9월 최씨에 대한대대적 수사가 시작된 지 1년6개월만이다. 국정농단 주범과 공모자 등 50여명에 거의 유죄가 선고됐다. 국민의 심리적 상처를 치유하고 역사적으로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됐을 뿐만 아니라 미래의 위정자들에게도 교훈을 남겼다. 정의와 상식이 통하는 나라의 초석으로 삼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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