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경대서 ‘열공’하는 어머니와 딸, 아들
어머니와 딸, 아들이 모두 같은 대학에 다니고 있는 가족의 사연이 주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부경대에 공부 중인 박영옥(53ㆍ여), 배은진(28ㆍ여), 배도현(26)씨 가족(울산 울주군)이 그 주인공.
이들이 부경대에 모이게 된 것은 지난 3월부터다. 딸 배은진 씨가 지난해 석사과정에 입학했고, 아들 배도현 씨가 올해 학부 3학년에 편입했다. 거기에 몇 해 전 이 대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어머니 박영옥 씨가 올해 박사 졸업논문을 준비하면서 가족이 모이게 됐다.
전공도 모두 같은 계열이다. 박씨는 일어일문학부(박사수료), 은진씨는 일어교육전공(석사 2년), 도현씨는 일어일문학부(3학년)에서 공부하고 있다.
이들이 같은 대학에 다니게 된 것은 박씨의 학구열이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결혼을 하고 일을 하다가 35살이 돼서야 방송통신대에 입학해 공부를 시작했다”면서 “늦게 시작한 공부의 재미에 푹 빠져 울산대에서 석사과정도 마치고, 내친김에 박사에 도전하고 싶어 부경대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부경대에서 강사로 활약하기도 했다.
은진씨는 “어릴 때부터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힘들어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나는 대학을 졸업하면 일에만 충실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면서 “그런데 졸업 후 일본어 학원에서 일하다보니 더 잘 가르치고 싶은 욕심이 생겼고, 결국 공부를 더 하기 위해 어머니가 추천한 부경대에서 공부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들인 도현씨는 전문대를 졸업하고 다시 대학생이 됐다. 그는 “졸업 전 진로를 고민할 때 일은 나중에 할 수 있지만 공부는 지금 못하면 평생 미련이 남을 수 있다는 어머니의 조언을 듣고 공부를 더 하기로 결심했다”면서 “공부를 다시 시작해보니 결정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씨는 “자녀들과 함께 같은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면서 “전폭적으로 지원해주는 남편에게도 감사하고, 박사 졸업논문도 열심히 써서 자녀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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