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쟁 끝내겠다” 2월에 이전
지난달 공매도 거래 비중 13%
코스닥 결별 결정 작년 8월 2배
#2
“시장 교란 세력 조사해 달라”
주주 2만여명 청와대 청원
업계 “이전만으론 방어 힘들어”
지난해 9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셀트리온 임시 주주총회에서 서정진 회장은 “공매도와의 전쟁을 끝내겠다”고 밝혔다. 공매도를 피하기 위해 코스닥 시장을 떠나야 한다는 소액주주들의 요구로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이전 상장이 확정된 순간이었다. 공매도란 주식이나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투자자가 매도 주문을 내는 것을 일컫는다. 공매도 투자자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우선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더 낮은 가격에 주식을 사 갚는 방식으로 시세차익을 본다. 따라서 공매도가 많을수록 주가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셀트리온은 실제로 지난 2월 코스피로 옮겨갔다. 그러나 지난달 8일 셀트리온에는 하루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인 4,851억원어치 공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공매도를 피해 코스피로 이전했는데 공매도는 더 심해진 꼴이다.
5일 한국거래소 공매도종합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셀트리온의 하루 평균 공매도 거래량 비중은 13.57%를 기록했다. 이사회에서 코스피 시장 이전을 결정한 지난해 8월(5.54%)이나 주주총회를 거쳐 이전 준비에 본격 돌입한 9월(5.14%)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이다. 주가도 힘을 못쓰고 있다. 지난달 5일 37만3,5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이날 29만5,000원까지 추락했다.
지난 1월 4.64%까지 떨어졌던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잔고 비율도 최근에는 9% 가까이 치솟고 있다. 셀트리온의 공매도 잔고는 3조3,322억원으로, 시가총액 규모가 더 큰 삼성전자(2,137억원)의 15배, SK하이닉스(509억원)의 65배도 넘는다.
셀트리온이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은 2011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상시험 실패설, 분식회계설 등 확인되지 않는 소문과 함께 공매도가 늘어났다. 서 회장은 당시 “소액주주들을 눈물 흘리게 하는 공매도 세력과 끝까지 싸우겠다”며 법적 대응까지 시사했다. 자사주 매입과 무상증자 등을 통해 공매도 세력에 맞서며 주가 하락을 방어했다. 소액주주들도 코스피 이전 상장을 요구했다. 기관 접근성이 높은 코스피 시장으로 옮기면 주가 하락을 최소화하고 공매도 세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코스피 이전 후에도 셀트리온에 대한 공매도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주주들은 이제 셀트리온 공매도를 조사해 달라며 청와대 청원 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있다. 주주들은 “인위적인 주가 하락을 시도하는 시장교란 세력으로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지장을 받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은 이미 2만6,000여명이 서명했다.
시장에선 원래 코스피 이전을 통한 공매도 방어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스피 시장이 공매도에 더 유리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스피로 이전해 코스피 200 지수에 편입되면 자금이 더 많이 유입될 수는 있지만 공매도는 별개의 문제”라며 “실제로는 코스닥의 공매도 비중은 평균 2%에 불과하지만 코스피 공매도 비중은 6%로 더 치열하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도 “코스피 시장은 주식 대차 수수료도 싸고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제도도 없다”며 “코스피 이전만으로 공매도를 방어할 수 있다는 믿음은 순진한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