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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파리ㆍ로마처럼 여성 리더십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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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파리ㆍ로마처럼 여성 리더십 절실”

입력
2018.04.06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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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전국 꼴찌ㆍ2%대 성장…

박원순 시장이 쇠퇴 방치

정책 바꾸려면 사람을 바꿔야

미세먼지ㆍ쓰레기ㆍ보육 등

도시 문제 꼼꼼하게 대비

서울 면적의 40% 공원으로

우상호-안철수 오차범위 접전

난 여론조사서 안철수에 크게 앞서

대선 위한 서울시장 출마는 안돼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인 박영선 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의롭고 깨끗한 파란하늘의 첫 여성 서울시장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홍인기 기자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인 박영선 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의롭고 깨끗한 파란하늘의 첫 여성 서울시장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홍인기 기자

안 이달고 파리시장,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비르지니아 라지 로마시장. 세계 수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여성 리더십의 대명사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주자인 박영선(58) 의원도 ‘사랑 받는 첫 여성 서울시장’이라는 콘셉트로 이 대열에 오르려고 한다.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박 의원은 환경, 주거, 보육 등 수도 서울의 첫 여성시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막힘 없이 나열했다. 준비는 치밀해 보였고, 워킹맘이자 개혁적인 정치인의 길을 걸어온 자신이 최적의 후보라고 강조하는 대목에선 의욕이 흘러 넘쳤다.

_2012년 이후 두 번째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졌다.

“2017년 12월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에서 ‘서울이 쇠퇴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서울의 성장률은 2%대에 머문 지 오래됐다. 출산율은 0.84명으로 전국 꼴찌다. 비싼 물가와 집값 때문에 한 달에 1만2,000명의 30,40대 젊은이들이 서울을 떠나고 있다. 서울이 성장을 멈추는 건 대한민국의 성장이 멈춘다는 의미고 현 정부에도 위기 신호다. 해법을 찾아야 했다.”

_박원순 시장은 그 역할에 적합하지 않나.

“정책을 바꾸려면 사람을 바꿔야 한다. 박 시장은 재임기간 구청장에게 넘겨줘도 될 만한 올망졸망한 사업을 너무 오래 붙들고 있었다. 서울의 체감 실업률은 22~23%다. 서울 사는 청년 5명 중 한 명은 실업자라는 얘기다. 박 시장은 서울의 쇠퇴를 방치한 측면이 있다.”

_서울시의 미세먼지 대책을 강하게 비판했는데.

“선진국 주요 도시에는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스프링클러 시설이 설치돼 있다. 서울시는 예산 때문에 엄두를 못 내는 일이다. 그런데 박 시장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대중교통 무료 정책으로 하루에 50억원씩 총 150억원을 썼다. 150억원은 5m 간격으로 375㎞ 도로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수 있는 돈이다. 서울의 주요 간선 도로는 다 해당된다. 근본적으로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정책에 투자하지 못한 게 안타깝다.”

_여성 시장으로서의 강점은 뭔가.

“여성 서울시장은 존재 자체만으로 낡은 서울의 이미지를 젊고 역동적인 서울로 바꿀 수 있을 수 있는 동력이 된다. 도쿄, 로마, 파리 등 세계 주요 도시의 시장이 여성으로 바뀌고 있다. 미세먼지와 쓰레기 대란, 보육문제 등 도시가 당면한 생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여성 시장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건강, 행복과 밀접한 도시 문제들을 방치하지 않고 꼼꼼하게 대비하는 엄마의 마음이 필요한 시대다.”

_여성 정치인 박영선은 개혁적인 여걸 이미지다.

“국회의원으로서 금산분리법을 통과시켜 재벌개혁론자라는 별명이 붙었고 검경수사권 조정 중에 수사개시권을 부여하는 문제를 통과시켜 검찰개혁론자라는 별명이 생겼다. 2007년 BBK 문제를 가장 먼저 제기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 때는 최순실의 실체와 김기춘 비서실장의 거짓말을 파헤쳤다. 이 강단은 이번 서울시장에게도 꼭 필요한 자질이다. 국회가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이 강단과 추진력이 있어야 문재인 정부를 뒷받침 하는 시정을 끌고 갈 수 있다.”

_박영선이 그리는 서울의 모습을 말해달라.

“숨쉬는 서울이다. 서울 도심에 공원을 전체 면적의 40%까지 만들어 10분만 걸어도 공원이 나오는 도시를 만들겠다. 세계 도시 경쟁력 1위인 런던의 경우는 ‘차가 불편한 도시’라는 목표를 세웠고 보행중심 거리를 확대하면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고 역사지구를 보존했다. 이제는 공원을 50%까지 만들어 도시를 국립공원화하겠다고 한다. 서울은 지금까지 도시가 가야 할 방향과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한 적이 없었다.”

_대표 공약으로는 역사 거리 조성, 임대주택 10만호 공급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광화문 시대’ 공약은 2012년 저와 우윤근 러시아 대사가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의 광화문 시대를 뒷받침하기 위해 북악산-광화문-서울역으로 이어지는 역사 거리와 주변 5개 궁궐을 잇는 역사문화지구를 조성하려고 한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처럼 그 자체로 서울의 명소가 될 것이다. 또 서민과 젊은이가 도심에 살아야 한다는 것이 시정 철학이다. 현재 서울 역세권의 철도 유휴 부지 약 115만평을 복합 개발 방식을 통해 공원ㆍ상업ㆍ주거지구로 바꾸고 주택 10만호를 만들어 서민과 청년들을 위한 주거 공간을 확보하겠다.”

_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 등판에 대한 전략은.

“안 후보 측이 2011년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박원순 당시 후보가 안 후보에게 보낸 구구절절한 메일을 갖고 있다고 한다. 편지가 공개되면 박 시장이 선거운동을 수세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반면 저는 안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얼마나 준비됐는지 공격적으로 물을 수 있다. 포스코 사외이사를 한 부분, 국민의당을 개인 회사처럼 운영한 지점을 지적하겠다.”

_결선투표에 올랐을 때 본인과 우상호 의원 중 누가 더 확장력이 있다고 보나.

“저는 2012년 대선 문재인-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 협상 때 문 후보 측 협상팀장 자격으로 참여해 승기를 한 번 잡은 경험이 있다. 여론조사 수치상으로도 우상호 의원과 안철수 후보는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이고 저는 안 후보에 크게 이긴다. 실질적으로 문재인, 안철수 이 두 사람과 일을 제일 많이 해본 사람도 저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_서울시장이 된다면 나중에 대선 출마도 할 건가.

“전혀. 대통령은 원칙을 얘기하는 사람이고, 시장은 쓰레기를 줍는 사람이다. 역할 분담이 확실히 돼야 한다. 서울시장을 대권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생각하는 분들은 서울시장에 나서면 안 된다.”

_서울 시민들에게 어떤 시장으로 기억 되고 싶은가.

“독일의 메르켈 총리처럼 엄마 같은 시장, 사랑 받는 시장이 되고 싶다. 직접 만나본 메르켈 총리는 유능하고 당당하면서도 따뜻한 사람이었다. 메르켈 총리와 문 대통령을 통해 내가 배운 것은 정치인에게 측은지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서울 시민들에겐 의지할 수 있는 유능한 시장, 위로 받을 수 있는 따뜻한 시장이 필요하다.”

■박영선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같은 경남 창녕 출신이다. 1960년생으로 경희대 지리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MBC에 입사해 기자와 앵커로 22년 일했다.

비례대표로 17대 국회의원이 됐고 다음선거에서 서울 구로을에 출마해 선출된 뒤 같은 지역에서 세 번 내리 당선됐다. 비법조인 출신 여성 최초의 국회 법사위원장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정책위의장, 최고위원, 원내대표 등 요직을 거치며 유력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정권교체에 힘을 보탰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정혜지 인턴기자(고려대 정치외교 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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