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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재활용 수거 정상화”… 현장선 “폐비닐 안돼” 곳곳 실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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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재활용 수거 정상화”… 현장선 “폐비닐 안돼” 곳곳 실랑이

입력
2018.04.06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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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로폼 안받아” “왜 수거 안하나”

업자-경비원 다툼… 주민은 항의

관리사무소가 봉투 사서 처리

폐비닐 쌓아놓고 시위 아파트도

#“다른 재활용품도 못 받을 지경”

업체도 ‘쓰레기 산’ 처치 곤란

쓰레기 섞어 버리는 등 양심불량

“분리수거만 잘 돼도 상황 개선”

5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 쓰레기 재활용업체에서 쓰레기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5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 쓰레기 재활용업체에서 쓰레기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아니, 가져가기로 했으면서 왜 안 가져가요?”

봄비가 내린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A아파트에서 재활용품을 가져가던 수거업자와 아파트 경비원 사이에 한바탕 실랑이가 오갔다. “지난달 30일 강남구청과 논의에서 업체가 폐비닐과 스티로폼을 종전대로 수거해 가기로 했다”는 주장과 “지금으로선 폐기물을 가져갈 수 없다”는 입장이 맞섰다.

가장 답답한 건 아파트 주민이지만, 업체 쪽도 사정은 있다. 이날 폐비닐과 스티로폼을 수거해 가지 않은 업체 직원 이모(58)씨는 “아파트 가구당 수거비용으로 1,000~2,000원을 주는데, 폐비닐과 스티로폼에 이물질이 묻어 있으면 손해가 더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구청과 협의가 되면 (폐기물을) 가져갈 수 있겠지만, 일단 오늘은 어려울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정부가 재활용 폐기물 수거업체들의 쓰레기 처리비용 부담을 줄여 줘 수거 작업이 정상화됐다고 지난 2일 발표했지만, 일선 아파트들의 ‘재활용 쓰레기 혼란’은 전혀 개선되지 않은 모습이다. 실제 5일 기자가 방문한 서울시내 아파트들 곳곳에선 폐비닐 분리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저작권 한국일보]재활용 쓰레기 혼란. 김문중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재활용 쓰레기 혼란. 김문중 기자

노원구 B아파트는 관리사무소에서 직접 100L짜리 종량제 봉투를 구입해 수거되지 않은 폐비닐을 처리했다. 경리주임 김순희(47)씨는 “정부 대책 발표 이후로도 업체 입장은 변화가 없고 2일에 업체가 한 차례 수거해 가면서도 폐비닐은 모두 빼놓고 가져갔다”라면서 “당분간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직접 산 종량제 봉투에 버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거되지 않은 폐비닐들을 방치해 두면서 주민들과 힘겨루기 중인 곳도 있었다. 주차장에 폐비닐이 한데 쌓여 있던 노원구 C아파트 관리소장 김모(62)씨는 “일부러 주민들 보라고 저렇게 모아 뒀다”고 했다. “미관상 안 좋으니 관리사무소에서 처리하라는 주민들 항의도 많지만 애초에 주민들 분리수거 의식이 제대로 안 돼 있어 발생한 문제니 경각심 차원에서 전시를 해 뒀다”는 게 그의 얘기다.

재활용품 수거가 이뤄지더라도 다음엔 처리가 골치다. 서울 송파구는 업체와 주민 간 갈등이 더 커지지 않도록 수거가 거절된 재활용 폐기물을 직접 나서 수거하고 있다. 하지만 분류작업까지 마쳐도 배출할 길이 마땅치 않아 애를 먹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근본 해결책이 없으면 언젠간 수거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런 사정을 말해 주듯 이날 송파구 장지동 ‘자원순환공원’ 내 재활용폐기물 선별장엔 높이 10m 남짓 폐비닐 더미가 쌓여 있었다. 송파구 재활용폐기물을 위탁 처리하는 D사 임원 주모(68)씨는 “이대로 포화상태가 되면 2~3개월 뒤엔 폐비닐은커녕 다른 재활용폐기물도 받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주씨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진 이곳에 폐비닐 등이 적재될 일이 없었다. 수거된 폐비닐 묶음은 주로 고형연료 재료로 중국에 수출되거나, 국내 고형연료 제작업체로 넘겨져 열병합발전소·화력발전소에 공급되는 등 안정적인 ‘배출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올해부터 중국 수출길이 막힌데다, 우리 정부도 대기오염을 우려해 폐비닐 소재 연료 사용을 상당 부분 제한하면서, 폐비닐 더미가 갈 길을 잃고 선별장에 적재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수도권 업체들 사정도 대동소이하다. 이날 경기 화성시 E사 관계자는 “2월부터 폐기물이 대란 수준으로 들어오고 있다”라며 “분리를 최대한 한다고 해도 재활용 비율은 60, 70%에 불과하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화성시는 재활용 쓰레기 수거 혼란이 빚어지자, E사와 인력 확충 및 근무시간 확대 등을 협의 중이다. 압축시설 확장도 검토하고 있으나 당장 예산이 만만치 않다.

재활용업체들은 ▦쓰레기 분류비용 상승 ▦중국의 폐자재 수입 중단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폐자재 값 하락을 등을 폐기물 대란의 주요 원인으로 꼽으면서, 쓰레기 분류비용 저감에 국민이 동참해 주길 기대했다. D업체 실장 김모씨는 “사실 분리수거가 제대로 이뤄져, 재활용품에 섞여 들어오는 쓰레기를 소각하는 비용만 줄여도 수익구조가 크게 개선된다”고 했다.

노원구 한 아파트 관리인도 “재활용 폐기물을 분류하다 보면 아기 배변기저귀, 음식물 묻은 비닐 등이 꾸준히 나온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 대책도 시급하지만 이번 기회에 시민의식 개선도 꼭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화성=유명식 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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