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도망,증거인멸 우려 없고
혐의에 대해 다퉈 볼 여지 있다”
검찰, 불구속 상태서 재판 가닥
업무상 위력 입증이 관건 될 듯
부하 직원 성폭행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한 고비를 넘겼다. 검찰의 두 번에 걸친 구속영장 청구가 모두 법원에 의해 기각되면서 안 전 지사는 이제 불구속 상태에서 법적 다툼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지사라는 권위를 이용한 강제적 성관계였는지, 둘 간의 합의에 의한 관계였는지 따질 본격 공방은 사실상 이제부터라는 관측이다.
5일 새벽 서울서부지법 박승혜 영장전담판사는 검찰이 청구한 안 전 지사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도망할 우려가 있다거나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는 점을 충분하게 소명하지 못했고, 앞으로 재판에서 범죄 혐의에 대해 다퉈 볼 여지가 있다는 것. 앞선 지난 5일 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증거 인멸 우려와 도망 염려가 없고, 구속할 경우 안 전 지사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게 된다고 한 사유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하면서 휴대폰 기록 삭제 등 증거 인멸 정황 등을 여러 가지로 보강했지만, ‘그럼에도 구속할 정도로 조사 결과가 충분하지 않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 역시 “법원이 앞으로 안 전 지사의 유ㆍ무죄를 다퉈 볼 만하다고 판단을 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구속보다는 불구속 수사를 지향해야 한다는 영장심사의 기본 원칙, 검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는 등 수사에 협조적인 모습을 보인 안 전 지사의 전략 등 여러 이유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결국은 ‘아직은 안 전 지사의 혐의가 명확하게 드러난 것이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위계에 의한 성폭력 자체가 한쪽 손을 들어주기 어려울 정도로 양측 입장과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공은 재판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연이은 영장 기각에 “철저하고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해 마무리 짓겠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불구속 상태에서 안 전 지사를 재판에 넘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구속 여부를 다투는 것보다는 빨리 재판에 넘겨 유ㆍ무죄를 다투는 게 현실적이라는 판단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구속 여부는 사실상 일단락됐다고 보고 결국 ‘업무상 위력’ 입증 여부가 재판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안 전 지사 측은 합의를 전제로 한 ‘남녀관계’인 점을 강조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검찰은 안 전 지사와 피해자들 관계가 안 전 지사의 요구를 거절 할 수 없던 ‘상사와 부하’ 관계인 점을 내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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