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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자금도 문제지만... 시간은 남고 할일 없는 게 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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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자금도 문제지만... 시간은 남고 할일 없는 게 더 문제

입력
2018.04.05 18:0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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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여가 ‘위험’ 수준… 재무는 개선

우리나라 국민들의 은퇴 준비 수준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노후 준비는 과거보다 나아진 반면, 은퇴 후 삶의질 유지에 필수적인 인간관계나 자기계발은 부족한데 특히 40대가 이러한 준비에 가장 소홀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전국 성인남녀(25~74세) 1,953명을 설문조사해 5일 발표한 ‘은퇴준비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은퇴준비지수는 54.5점으로 ‘주의’(50~70점) 수준이었다. 은퇴준비지수는 ▦재무(노후 필요자금) ▦건강(노화에 따른 건강약화 대비) ▦활동(다양한 여가활동 준비) ▦관계(인간관계 유지) 등 4개 항목의 실행점수와 응답자 스스로 평가하는 은퇴 준비 수준을 뜻하는 자기평가점수를 합산해 산출하는데, 처음 조사를 실시한 2014년(57.2점)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실행점수가 가장 낮은 항목은 활동(44.2점)으로 유일하게 ‘위험’(0~50점) 수준을 보였다. 은퇴 후 의미 있고 활기찬 삶을 꾸리기 위한 여가 활용 준비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응답자의 57.2%는 평생 몰입해 즐길 만한 취미활동이나 자기계발 시도가 거의 없다고 답했다. 여가보다 일을 우선시한다는 응답도 59.2%에 달했다.

활동 실행점수가 가장 낮은 연령은 40대(41.0점)였다. 40대가 여가에 투자하는 시간은 2014년 7.9시간에서 올해 4.9시간으로 크게 줄었다. 40대는 관계 실행점수(58.3점) 또한 가장 낮았다. 40대 응답자의 절반은 친구와 만나는 횟수를 묻는 질문에 ‘일년에 몇 번’ 또는 ‘거의 만나지 않는다’고 응답, 다른 연령층에 비해 주변과의 교류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혜림 선임연구원은 “40대는 경제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세대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여가 활동과 인간관계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반면 재무ㆍ건강 실행점수는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재무 부문은 67.8점으로 ‘양호’(70~100점)에 근접했고 직전(2016년) 조사 대비 상승폭도 6.7%포인트로 가장 컸다. 이는 ▦부동산 가격 상승 ▦노후 대비 저축액 증가 ▦보유자산을 노후에 활용하려는 비율 상승 등으로 원활한 은퇴자금 조달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은퇴 준비가 재무적 부문에 치중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응답자들은 노후에 월 평균 198만원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매달 41만원을 저축한다고 답했다. 평균 순자산(부채를 뺀 자산)은 3억9,911만원, 이 가운데 거주 주택은 2억8,045만원이었다.

윤성은 책임연구원은 “연금, 보장성보험 등 재무적 준비뿐 아니라 은퇴 후 ‘누구와’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와 같은 비(非)재무적 영역도 준비해야 행복한 노후를 맞을 수 있다”며 “은퇴 후 시간이 많아진다고 갑자기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일찍부터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고 여가를 잘 활용하는 습관을 몸에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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