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가 인도네시아 서파푸아 지역 열대우림에 사는 코로와이족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조작한 사실을 인정했다.
4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BBC의 다큐 프로그램인 ‘휴먼 플래닛’은 2011년 코로와이족이 지상에서 30m 떨어진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생활하는 모습을 방영했다. 방송에는 코로와이족의 한 남성이 나무 위에 지어진 집에 올라 “우리는 이 아름다운 숲에 살면서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말하는 장면도 나온다. 하지만 해당 가옥은 이들 부족이 거주하는 곳이 아니었다. 제작진 의뢰로 코로와이족이 연출용으로 만든 것이었다.
이런 사실은 모험가인 윌 밀라드가 다음 시리즈 촬영을 위해 같은 곳을 방문하면서 탄로가 났다. 코로와이족은 밀라드에게 “우리가 사는 집이 아니다. 방송을 위해 주문 받고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들은 보다 낮은 곳에 위치한 나무 가옥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코로와이족은 적, 모기, 맹수 등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나무 위에 집을 지어왔다. 밀라드는 “이것은 완전히 꾸며진 것”이라며 비판했다.
BBC도 조작을 인정했다. BBC는 성명을 내고 “휴먼 플래닛이 코와이족을 부정확하게 묘사하면서 제작 기준을 어겼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거에도 이 같은 조작이 여러 번 있었다. BBC는 2015년 몽골의 낙타 목동들이 고비 사막에서 늑대를 사냥하는 장면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는데, 여기에 나오는 늑대는 야생 늑대가 아니라 제작진이 풀어 놓은 반쯤 길들여진 늑대였던 게 뒤늦게 밝혀졌다. 2011년에는 베네수엘라 정글에서 독거미 일종인 타란툴라를 촬영한 장면이 방영됐는데, 타란툴라 거미를 클로즈업해서 보여주는 화면은 현장이 아닌 스튜디오에서 찍은 것으로 드러났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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