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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파산 이후… 62%나 쪼그라든 국내 해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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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파산 이후… 62%나 쪼그라든 국내 해운업

입력
2018.04.05 17:0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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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이 갖고 있던 전세계 영업망

머스크 등 글로벌 선사에 넘어가

물동량 살아나는 호황기에도

군소 선사로 전락해 변방 신세

현대상선 “정부안 발판 삼아 도약”

지난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에서 김영춘 장관이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에서 김영춘 장관이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해운산업은 2016년 8월 40년간 해운산업을 이끌어온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 파산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급격히 상실했다. 국내 1위ㆍ세계 7위였던 한진해운이 사라지면서 국내 해운업이 동반 몰락했다. 정부가 5일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한 배경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의 현재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6%로 세계 15위에 그친다. 한진해운 파산 이전 한진해운(3%)ㆍ현대상선(2.1%) 등 국내 해운업계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5%를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해운업계에서 배에 적재할 화물의 규모를 뜻하는 선복량은 크면 클수록 좋다. 안정적 서비스 제공은 물론 운임 절감 등을 위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게 해운업의 주요 경쟁력이다. 하지만 국내 주요 국적선사 선복량은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 이전 105만TEU(한진해운ㆍ현대상선)에서, 지난해 8월 39만TEU(현대상선ㆍSM상선)로 62%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 파산으로 세계 168개 항만에 깔아놓은 해운 서비스망이 사라졌고 국내 화주는 해외 선사를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되며 운임부담이 크게 늘었다”며 “한진해운의 주력 영업망이었던 미주 노선 대부분은 머스크와 MSC 등 해운선사에 넘어갔다”고 말했다. 지난해 현대상선의 미주노선 점유율은 5.47%로, 한진해운이 있던 2015년의 11.9%에 비해 절반 수준에 그쳤다.

사실 2016년 한진해운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금의 사태는 예견됐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한국 해운업을 살리기 위한 산업경쟁력 강화보단 금융논리를 앞세워 한진해운 구조조정을 강행했다.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던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한진해운의 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다는 삼일회계법인의 실사보고서를 바탕으로 “산업 자체를 위해 어떤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못을 박았다.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후 결국 지난해 2월 최종적으로 파산 처리됐다.

해운업 구조조정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국내 해운업계는 전 세계 물동량이 살아나며 호황기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도 좀처럼 회복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컨테이너 물동량은 2,742만1,000TEU를 기록, 전년 대비 5.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과 미국, 일본 등 수출입 컨테이너 물동량도 5.6% 늘어났다. 컨테이너 운임도 회복세다. 지난해 상해발운임지수(SCFI)는 평균 826.91달러로, 전년 650.12달러 대비 170달러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머스크와 MSC를 비롯 덩치 큰 글로벌 상위 선사들이 합종연횡을 통해 2M과 디얼라이언스, 오션얼라이언스 등 3대 해운동맹으로 재편되며 일감을 쓸어가고 있지만 한진해운 파산 이후 군소 선사로 전락한 한국 해운업계는 3대 해운동맹 어느 곳에도 가입하지 못한 채 변방으로 쫓겨나 외면받고 있다.

국내 해운업계는 이날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대해 국내 해운업 반등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특히 현대상선은 규모의 경제를 갖추려면 100만TEU급으로 선대를 확장해야 한다고 판단,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 발주를 준비해 왔다. 정부의 이번 계획에 포함된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 발주지원’은 사실상 현대상선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계획대로 된다면 중장기적으로 해운업 전반이 살아나는 바탕이 될 것”이라면서 “다만 지원 조건이나 실행방안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아직 부족한 만큼 후속 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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