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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벽 아래 강구항 풍물거리 애물단지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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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벽 아래 강구항 풍물거리 애물단지 전락

입력
2018.04.0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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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우범지대 정비 노점 허용

규정상 영업 불가능 하천부지 양성화

상인들 자발적 비 가림 시설 등 설치

81개이던 점포, 21개로 줄어 쇠퇴일로

상인들 “세계적 풍물거리 조성해야”

군 “인명사고 위험… 친수공간으로”

경북 영덕군 강구항 풍물거리. 20년 전 강구대게길 아래 하천부지에 조성됐으나 낙후한 시설 등으로 관광객들이 외면,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이정훈기자
경북 영덕군 강구항 풍물거리. 20년 전 강구대게길 아래 하천부지에 조성됐으나 낙후한 시설 등으로 관광객들이 외면,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이정훈기자

경북 영덕군이 20년 전 조성한 강구항 풍물거리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영덕군은 기존 상인들이 다 떠나면 친수공간을 조성키로 했지만 일부 상인들이 세계적 풍물거리 조성을 요구하고 있어 갈등이 일고 있다.

강구항 풍물거리는 7번국도에서 강구대교를 건너 오른쪽으로 계단아래로 내려가면 나오는 일종의 노점거리다. 1998년 당시 우범지대화한 이곳에 영덕군이 좌판영업을 허용하면서 시작했다. 관광객들을 상대로 회나 대게 등을 비교적 저렴하게 판매, 한대 81개 업소가 영업할 정도로 번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곳은 하천부지여서 영덕군이 별도의 예산을 지원하거나 상인들 자체적으로 영구 시설물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콘크리트 옹벽아래 물 가의 좁은 공간에 자리잡았다. 상인들 스스로 단순 노점에다 천막 등으로 비가림 시설 등을 하면서 상가처럼 형성됐다.

관광객들도 초기엔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자주 찾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화장실이나 세면시설 등 편의시설이 좋고 위생적인 대게거리 정식 상가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영덕군도 이곳이 원칙적으로 영업이 불가능한 하천부지인 만큼 기존 상인들의 영업만 허용하고 매매나 신규진입을 막고 있다. 4월 현재 영업중인 업소는 21개로 줄 정도로 쇠락했다.

남은 상인들은 이곳을 정식 상가와 더불어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를 제공하는 세계적인 풍물체험공간으로 조성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조성 당시부터 이곳에서 대게를 팔아 온 한 상인은 “강구항 풍물거리는 순전히 상인들의 노력만으로 형성된 명소인데, 영덕군은 자진철거만 종용하고 있다”며 “조금만 노력하면 정말 멋진 명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영덕군의 입장은 완강하다. 군은 강구항 친수공간 조성 계획에 따라 풍물거리의 자연도태를 추진하고, 이후 시설물을 철거한 뒤 수상조정면허시험장, 수상레저체험장 등을 조성한다는 입장이다.

영덕군 관계자는 “이곳은 오십천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어서 홍수가 지거나 태풍 등이 몰아치면 침수위험이 높고 자칫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기존 상인들의 영업을 당장 막진 않겠지만 신규 시설투자나 진입은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정훈기자 jhlee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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