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벚꽃 나들이에 온 시민들이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고 간 모습이 SNS와 온라인에서 공분을 사고 있다. 꽃이 핀 나무 밑에는 술병과 과자 봉지, 먹다 남은 치킨까지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4일 오전 7시쯤 청주시 흥덕구 주민 강혜원(27)씨는 청주의 벚꽃 명소인 무심천에 갔지만, 오히려 못 볼 꼴을 보고 말았다. 꽃이 흐드러지게 핀 벚꽃 나무 밑에는 온갖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었다.
강씨는 "전날 동네 주민들 커뮤니티에서 '늦은 밤까지 술판이 벌어져 걱정된다'는 글을 보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엉망이 돼 있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날 무심천 곳곳에는 전날 밤 시민들이 깔고 앉았던 돗자리와 맥주, 막걸리 등 술병, 음료수병, 먹다 남은 치킨 상자까지 그대로 남아있었다. 롤러스케이트를 안전하게 타기 위해 조성된 롤러스케이트장 위에도 은색 돗자리가 깔려 있어 제구실을 못 하고 있었다. 강씨는 "새벽에 비가 와 급히 몸을 피하느라 그랬는지 몰라도, 무심천 주변 곳곳이 쓰레기로 뒤덮인 걸 보면 같은 동네 산다는 게 민망할 정도"라고 말했다.
무심천은 청주뿐만 아니라 충청북도에서 손꼽히는 벚꽃 명소다. 가족 단위로도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고, 인근 대학교나 중고등학교 학생들도 삼삼오오 모여 봄나들이를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공원 시설이 정비돼 있어 간식거리를 들고 나들이 가는 명소로도 알려져 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무심천에서는 밤늦은 시각, 청소년들이 술을 마시는 행태가 발생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강씨는 "동네 주민들끼리 '무심천에 밤에 가면 학생들로 보이는, 교복 입은 사람들이 술을 사고 마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어 걱정된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경찰이나 학교 측에서 단속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무심천 벚꽃 나들이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는 지자체에서도 골칫거리다. 청주시 하천방재과 지방하천팀 관계자는 "벚꽃 철이 되면 평상시와 비교했을 때 쓰레기가 몇백 배는 늘어난다"며 "다른 부서에 지원을 요청해서 늘 치우는 데도 빠듯하다"고 토로했다.
가장 필요한 건 '시민의식'이었다. 청주시 관계자는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게 가장 좋겠지만, 가져온 쓰레기는 다시 가져가거나 한 곳에 치워두기만 해도 무심천을 깨끗이 보존하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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