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해결로 ‘원칙론’ 탄력… 청와대ㆍ당국도 힘 실어줘
산은 “STX노조 생산직 75% 감축 방안 내놔야” 압박

STX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이 “9일까지 노사가 합의한 자구안을 제출하지 않으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며 STX조선 노조에 최후통첩을 했다. 10년간 경영 부침이 있던 금호타이어 문제를 해결한 이 회장의 발언이라 조선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관계부처 수장들도 잇따라 구조조정 원칙론을 강조하면서 이 회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회장은 5일 “회사를 되살릴 수 있는 기준을 마련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법에 의존할 수 없다”며 “STX조선을 살릴 방법은 다운사이징(조직 축소)뿐인데, 이는 기본적으로 경쟁력과 시장 규모의 문제여서 시간을 더 준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동연 부총리도 이날 “지금 같은 노사갈등이 지속되면서 자구계획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소중한 일자리가 없어지고 지역 경제가 침체되는 파국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역시 “STX조선 문제도 구조조정 원칙대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초 산은이 진행한 컨설팅에서 STX조선은 중국ㆍ베트남 등과의 경쟁 심화 및 기술 격차 축소, 원가 경쟁력 상실 등으로 정상화가 불확실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다만 지난달 법정관리로 보낸 성동조선해양과 달리 STX조선은 ▦2월 말 기준 가용자금 1,475억원을 보유하고 있고 ▦16척의 수주 잔량이 있으며 ▦주력 선종인 소형 액화천연가스(LNG)선의 업황이 다소 회복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오는 9일까지 법정관리를 유예했다.
컨설팅 보고서는 STX 전체 인력(약 1,320명)의 40%를 감축해 생산원가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시했지만 채권단은 추가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생산직군(700여명)의 경우 75%(180여명)를 정리해야 생산원가 감축에 의미가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산은의 압박에 STX조선은 지난 3일부터 노조와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5일 오후 현재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STX조선 관계자는 “9일까지 노사 합의서를 제출하려면 늦어도 6일 새벽까진 노조와 합의를 이뤄야 하는데 평행선만 달리는 상황”이라며 “노조 동의 없이는 법정관리뿐이라는 정부의 통첩에 회사도 노조와 협상할 운신의 폭이 없다”고 토로했다.
현재 노조는 “고용만 보장되면 어떤 방안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회사 측은 “컨설팅 결과에 맞춰 인건비 40% 이상을 줄이려면 인력 구조조정 외엔 해법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사무직은 이미 2,600명에서 620명으로 75%나 줄어 더 이상 줄일 여지가 없다”며 “1,100명에서 700명으로 줄여 그나마 감축 정도가 덜했던 기술생산직의 추가 양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구조조정 원칙론이 탄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STX조선 노조의 시간 끌기 전략은 통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해외매각을 강하게 반대하던 금호타이어 노조도 “더 이상 시간은 줄 수 없고 시한이 오면 청와대도 청산을 못 막는다”는 이 회장의 압박과 “정치적 논리로 해결하지 않는다”는 청와대의 공식 입장에 결국 손을 들었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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