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판정 김태찬군 유족
심장ㆍ간ㆍ췌장 등 이식에 동의
뇌사판정을 받은 중학생이 5명의 환자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짧은 생을 마감했다. 주인공은 전북 고창중 1학년 김태찬(12)군. 김군의 부모는 “비록 짧은 생을 살다 가지만 누군가에게 고귀한 삶을 선물해줄 수 있어 아들도 하늘나라에서 기뻐할 것”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5일 전북대학교병원에 따르면 김군은 지난달 20일 오한과 구토증세로 응급실을 찾았다. 갑작스럽게 발병한 뇌질환으로 인한 증상이었다. 김군은 10여일 동안 치료를 받아왔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4일 뇌사 판정을 받았다. 평소 건강했던 김군이었기에 가족들의 충격은 컸다.
슬픔 속에서도 가족들은 장기기증이라는 숭고한 선택을 했다. 김군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수술대에 누운 김군은 심장과 간, 췌장, 신장 2개 등 장기를 기증하고 눈을 감았다. 김군이 기증한 장기는 만성질환자 5명에게 이식될 예정이다.
김군은 축구선수가 꿈이었다. 학교운동장에서 매일 친구들과 축구를 할 정도로 건강하고 교우관계가 좋았다. 제일 좋아하는 선수는 FC바르셀로나에서 뛰고 있는 리오넬 메시였다. 한국선수로는 전북현대 이동국 선수를 좋아했다. 지난달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현대 개막전을 관람하며 응원할 정도로 축구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김군의 부모는 “평소 밝고 쾌활하며 어려운 사람 돕는 것을 좋아하던 아이였다”며 “자식을 떠나 보내는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절망에 빠진 환자들에게 새생명을 선물해줄 수 있는 사실에 하늘나라에서도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희철 전북대병원 장기이식센터장은 “기증자의 숭고한 희생과 부모님의 어려운 결정으로 여러 환자를 살릴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깊이 감사한다”고 전했다.
전주=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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