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민병헌(왼쪽), 문규현/사진=OSEN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뜨거웠던 겨울은 봄의 시작과 함께 차갑게 식었다. 화끈한 투자로 스토브리그를 달궜던 롯데와 LG, 삼성이 나란히 하위권에서 시즌을 출발한다.
올 시즌 초반 하위권은 지난 겨울 FA(프리 에이전트) 시장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팀들의 몫이다. 개막 후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1승(9패) 밖에 올리지 못하는 롯데는 순위표 가장 밑에 위치하고 있다. LG와 삼성은 4일까지 3승7패씩에 그쳐 공동 8위에 자리하고 있다.
떠들썩했던 지난 겨울을 떠올리면 예상치 못한 시작이다. 이들은 스토브리그에서 FA시장을 주도했다. 가장 많은 투자를 한 건 롯데다. 롯데는 외부 FA 민병헌을 4년, 80억원에 영입하고 내부 FA였던 손아섭(4년, 98억원), 문규현(2+1년, 10억원)을 붙잡으며 188억원을 썼다. 사인 앤드 트레이드 형식으로 데려온 채태인(1+1년, 10억원)까지 고려하면 총 198억원을 들인 셈이다.
LG와 삼성도 대어를 낚았다. LG는 빅리그 도전에 나섰다가 국내로 눈을 돌린 외야수 김현수와 총 115억원(4년)에 도장을 찍었다. 이번 FA시장 최고액이자 역대 FA 2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삼성은 포수 강민호를 4년, 80억원에 데려왔다.
그러나 '장밋빛' 출발은 없다. 세 팀 모두 허점을 드러내며 고전을 면치 못하는 중이다. FA선수가 극심한 부진을 겪는 경우 보다 신경 쓰지 못한 곳에서 문제가 불거진 경우가 더 많다. '투자 방향'에 대한 의문을 들게 하는 흐름이다.
겨우내 전력 보강을 무색하게 할 만큼 롯데는 투·타에서 고전 중이다. 팀 평균자책점 6.72(10위), 팀 타율 10위(0.241)에 머문다. FA로 합류한 민병헌이 타율 0.275를 치고, 손아섭이 타율 0.316, 2홈런 7타점으로 활약해도 어찌해 볼 수 없는 난조다. 지난 겨울 팀을 떠난 주전 포수 강민호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면서 안방 불안도 계속 발목을 잡고 있다.
LG와 삼성도 FA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김현수는 타율 0.286, 2홈런 7타점을 올리고 있다. '타격기계'라는 별명에 비추어 보면 조금 아쉬운 시작이지만 지난 3일 두산전에서 9회 동점 투런을 때려내는 등 임팩트를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위압감을 주는 타자가 많지 않은 LG 타선이 김현수의 합류만으로 단번에 무게감을 얻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삼성은 포수 강민호를 영입해 타선 보강과 마운드 안정 두 가지 효과를 노렸다. '결과물'은 아직 확신을 갖기 어렵다. 삼성의 팀 평균자책점은 5.76(8위)로 지난해 5.88(10위)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무기력한 타선은 더 고민이다. 삼성의 득점권 타율은 0.219(10위), 중심타선 타율은 0.248(10위)에 머문다. 타율 0.281을 기록 중인 강민호도 득점권에선 6타수 1안타(타율 0.167)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 겨울 외부 FA를 데려와 올 시즌 상위권으로 스타트를 끊은 구단은 KT 뿐이다. 황재균과 4억, 80억원의 계약을 맺은 KT는 6승4패를 거두며 공동 4위에 올라있다. 황재균의 합류로 공수 모두 플러스가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황재균은 타율 0.310, 2홈런 6타점을 기록 중이다.
이종열 SBS 스포츠해설위원은 "KT는 전력보강이 잘 된 팀"이라고 꼽으며 "마운드가 약점이었는데 황재균이 합류해 내야 수비가 안정되면서 투수들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명석 MBC스포스해설위원은 "황재균이 합류하면서 윤석민, 박경수, 정현 등 내야에서만 100홈런을 쳐낼 수 있는 파워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김주희기자 juhee@sporbiz.co.kr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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