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FC의 외국인 공격수 말컹./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지난 시즌 K리그1 최고의 외국인 선수는 조나탄(28ㆍ텐진 테다FC)이었다. 그 해 수원 삼성에서 뛰던 조나탄은 시즌 중 부상 공백에도 불구하고 22골(3도움)로 득점왕을 거머쥐었다. 2014년 대구FC(당시 2부)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 입성한 그는 이듬해 26골 6도움을 기록, 리그 최우수선수(MVP)와 득점왕을 싹쓸이하고 2016년부터 1부 무대의 수원에서 활약했다.
올 시즌 경남FC 외국인 선수 말컹(24)은 조나탄을 떠올리게 한다. 말컹은 3경기에 출전해 6득점(리그 1위) 1도움을 올리고 있다. 말컹의 활약에 탄력을 받은 경남은 개막 후 4연승(승점 12)으로 리그 선두에 올라 있다. 지난 시즌 2부에서 올 시즌 1부로 올라온 팀으로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말컹은 지난 달 4일 상주 상무와 K리그1 개막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데 이어 같은 달 17일 전남 드래곤즈전과 지난 1일 강원FC와 경기에서 각각 1골과 2골을 넣었다. 경고 누적으로 빠진 지난 달 10일 제주 유나이티드전을 제외하면 출전한 경기들에선 모두 득점을 올린 것이다.
‘말컹 신드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준희(48) KBS 축구해설위원은 5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말컹은 신체조건이 탁월한 데다, 운동능력까지 뛰어나다. 이것만으로도 수비수들이 방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수비수들이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들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예측한다고 해도 그는 더 높이, 더 탄력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막기가 어렵다”고 분석했다.
말컹은 신장 196cm에 체중 87kg로 장신이면서도 균형 잡힌 체격의 소유자다. 전북 현대의 장신 공격수 김신욱(197.5cm)과 키가 1.5cm 밖에 차이 나지 않는데다, 농구선수 출신이어서 서전트 점프도 약 1m에 달한다. 그는 중학생 때부터 림에 덩크하는 게 가능했다.
축구선수 출신인 미국프로농구(NBA)의 전설적인 센터 하킴 올라주원(55ㆍ나이지리아)은 현역 시절 “농구와 축구가 다른 운동인 것 같지만, 서로 도움이 되는 움직임이 많다“고 했다. 올라주원이 축구선수 시절 터득한 풋워크로 골 밑에서 현란한 피벗 플레이를 하는 것처럼 말컹은 농구선수 시절 활용하던 점프력을 그라운드에서 십분 발휘, 위력적인 제공권 장악력을 보이고 있다.
김신욱(30)은 신장에 비해 다소 느린 발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말컹은 민첩성이나 스피드 또한 출중하다. 흑인 특유의 유연성 역시 갖췄다. 단점은 기본기였지만, 이 마저 좋아지고 있다. 한준희 위원은 “당초 투박한 기본기가 문제였지만, 한국에 와서 이 부분도 점점 더 향상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말컹은 ‘헝그리 정신’을 품고 자란 선수다. 브라질 상파울루주 티에테라는 빈민가 출신인 그는 12세 때 상파울루 유소년 팀에 입단했다. 하지만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6개월 만에 축구화를 벗은 후 농구선수로 전향했다. 17세 때 동네 축구 인원이 부족하다는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축구 경기에 나섰는데 알고 보니 주 1부 리그 소속의 이투아노 17세 이하(U-17) 공개테스트 현장이었다. 이투아노는 말컹에게 당시 월급 10만 원을 제시했다.
아버지가 만류했지만, 말컹은 다시 축구를 시작했다. 이혼한 어머니를 위해서였다. 얼마 되지 않은 월급이었지만, 어머니를 돕겠다는 마음은 간절했다. 말컹은 의외로 벤치에서 대기하는 날이 많았고 그러다 2017년 경남의 임대 제안을 받아들여 국내에서 뛰게 됐다.
말컹은 지난 겨울 이적시장에서 중국 리그 구단의 입단 제의를 받았다. 당시 구단이 제안한 이적료는 약 40~50억 원에 달했다. 2부 리그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책정된 것임을 감안하면 크게 놀라운 금액이었다.
그러나 말컹은 K리그1에서 뛰는 것을 택했다. 그는 7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리는 대구FC와 K리그1 5라운드 경기에서 또 한 번 골을 노린다. 한준희 위원은 “말컹이 (자신의 축구 인생에서) 본격적으로 활약하는 것은 한국 무대에서가 처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지금부터가 더 기대되는 선수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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