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 시작부터 여야 파행
미투 열풍 식으면 처리 불투명
미투(#Me Too) 운동 이후 성폭력 고발과 처벌뿐 아니라 이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화 논의 또한 매우 활발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법안들을 쏟아내면서 국회에는 올해에만 90여건이 넘는 ‘미투 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임시국회가 2일 시작과 동시에 여야의 강경 대치로 파행으로 치닫는데다 지금의 미투 분위기가 시들해지면 법안 대다수가 서랍 속에 갇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가 개원한 2016년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국회에 제출된 성폭력 처벌 및 피해지원에 관련된 법안은 140여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 성추행을 폭로한 올해 1월부터 3월 말까지 발의된 법안만 90여건에 이른다.
내용별로 보면 성폭력 가해자 처벌 강화(39건),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등 불이익 방지법(38건), 데이트폭력과 스토킹 및 지속적 괴롭힘 방지법(20건), 여성 폭력에 대한 국가 책임을 규율한 포괄적 기본법(1건) 등이 있다. 미투 운동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권력형 성범죄를 중심으로 이뤄져 최근 발의되는 법안들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ㆍ추행죄의 법정형을 높이는 등 ‘처벌 강화’(황주홍ㆍ이언주 의원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도 같은 취지의 개정안을 낼 예정이다.
국민 여론도 ‘성범죄 처벌 강화’ 등 제도적 변화에 대한 열망이 컸다. 지난달 29, 30일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투 이후 성폭력 예방을 위해 우리사회가 해야 할 일로 전체 응답자의 45.8%가 ‘성범죄 형량을 높이고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등의 처벌 강화’를 꼽았다. ‘내실 있는 성교육ㆍ성평등 교육 도입’(24.5%),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법적 지원 강화’(15.5%), ‘성폭력 상담 센터 강화’(7.0%)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성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법 적용과 국민 법 감정 사이의 거리가 그만큼 멀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형량 강화만으로는 해결책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장다혜 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성범죄 형량만 높이면 유죄입증을 위해 피해자에게 더 많은 증거자료를 요구해 신고율이 도리어 낮아지질 수 있다”며 “문화예술계 미투로 일부 직종의 업무상 위력간음 적용 범위 한계가 드러난 부분이나 가해자 역고소 문제 해결 등 사법체계의 공백을 메우는 논의부터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 10명 중 5명 이상은 거짓이 아닌 ‘사실’을 공개해도 명예훼손으로 인정되는 ‘사실적시 명예훼손(형법 제307조 1항)’을 폐지(6.8%)하거나 적용 범위에서 성범죄 등은 제외(48.2%)하는 법 개정 필요성에도 공감했다.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답은 27.7%로 절반에 그쳤다. 미투 운동 이후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공개적으로 얘기해도 가해자로부터 ‘역고소’ 당하는 2차 피해 문제에 공감한 것이다. 국회에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폐지(황주홍ㆍ금태섭 의원)하거나 성폭력 피해자 등은 적용 제외(진선미ㆍ유승희 의원)하는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하지만 4월 임시국회가 시작과 동시에 파행으로 치달으며 애초 약속했던 신속한 처리는 불투명해졌다. 미투 열풍이 강하던 지난달까지만 해도 여야 의원들이 강한 의지를 밝혔지만, 향후 열풍이 식은 뒤에도 법안 처리에 적극 나서줄 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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