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기관 여성들 고충 1순위 꼽아
몸매 평가에도 심한 스트레스
피해 호소할 제도적 장치는 미흡
법무부 산하 기관의 여성 직원들이 남성 중심의 강압적 회식 문화와 상사의 성희롱 발언에 시달리는 고충을 털어놨다. 인권 수호 기관인 법무부 산하 여직원들이 겪었던 말 못할 속사정도 ‘미투(#Me Too)’ 운동 여파로 속속 알려지고 있다.
법무부 성희롱ㆍ성범죄대책위원회(위원장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는 4일 성범죄 피해와 조직문화 폐해를 파악하기 위해 서울과 대구 등 법무부 산하 각 기관 여성직원들과 11차례 연 간담회에서 “잘못된 회식 문화를 개선해달라”는 호소가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여직원들이 난처하지만 참을 수밖에 없던 사례들 가운데 술자리에서 젊은 여성이나 새로 들어온 여직원을 가장 윗사람 바로 옆에 앉히는 회식 문화가 많이 지적됐다고 한다. 특히 법무부 쪽 교정기관(구치소ㆍ교도소)과 보호관찰소, 출입국관리사무소의 현직 여성직원들이 이런 문화에 “많이 불편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대체로 남성 중심의 위계 문화가 자리했다고 알려진 기관이다. 각 간담회에 두루 참여한 한 인사는 “10여년 전부터 논란이 돼 요즘은 민간 회사에서도 찾기 힘든 이런 문화가 세 기관에서는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은 간담회뿐만 아니라 권인숙 위원장 명의 이메일로 제보를 받는 ‘핫라인’을 통해서도 여러 번 전달됐다. 원치 않는 여직원들을 회식에 이어 노래방까지 밀어 넣는 문화도 복수의 여성이 문제로 꼽았다.
아울러 이들 기관 여직원들은 남성 상사의 ‘몸매 평가’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직원 몸을 쳐다보면서 “오늘 예쁜 옷을 입고 왔네. 몸매가 ○○하다”는 식의 상사 발언이 업무나 회식에서도 나온다고 여성직원들은 털어놨다. 수위 높은 ‘외모 평가’ 막말로 모욕감을 느낀 여성직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산하 기관은 성피해를 호소할 제도적 장치조차 미흡한 것으로 지적됐다. 권 위원장은 “전혀 신고할 수 있는 구조가 없다. 고충상담제도가 있어도 제대로 가동이 안 되고 내부 신뢰도 없다”라며 “보호 받으면서 자기 피해 경험을 얘기할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알려지면 순식간에 조직 전체에 퍼져 신원이 특정되고 추가 신상도 드러나는 ‘2차 피해’를 막기 힘든 문제도 언급했다.
대책위는 검찰을 포함한 법무부 산하 모든 기관 여성직원 8,037명 상대 전수 설문조사도 6일 완료하고 그 결과를 20일 발표할 예정이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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