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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공약 ‘GMO 완전표시제’ 물건너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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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공약 ‘GMO 완전표시제’ 물건너가나

입력
2018.04.05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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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국민청원 12만명 넘어

“수입 GMO원료 가장 많이 쓰는

간장, 식용유엔 꼭 필요” 주장

정부 “생필품 가격 인상 부작용

국내산만 불이익 우려” 부정적

검토협의체서도 반대 의견 상당

지난달 12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GMO 완전표시제 국민청원운동 개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발언을 하고 이다. 연합뉴스
지난달 12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GMO 완전표시제 국민청원운동 개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발언을 하고 이다. 연합뉴스

일부 시민사회단체와 친환경 식품 생산ㆍ유통단체들이 유전자변형식품(GMO) 완전표시제 시행을 촉구하며 정부를 연일 압박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당시 내걸었던‘GMO 표시제 강화’ 공약을 이행하라는 주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GMO 완전표시제 도입이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며 좀처럼 나서지 않는 모습이다. 이번 정권에서는 완전표시제 도입이 이미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벌써 나온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보면 4일 오후 5시 현재 ‘GMO완전표시제 시행을 촉구합니다!’라는 청원에 12만1,000여명이 참여했다. 청원 마감일인 오는 11일까지 청원인이 20만명을 넘으면 청와대 수석이나 정부부처 장관급 인사가 청원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혀야 한다.

GMO 완전표시제는 GMO가 든 모든 식품에 예외 없이 GMO 표시를 하자는 것. 현행 제도는 원료를 압착해 DNA나 단백질 구조가 완전히 파괴되어 GMO 사용 여부를 알기 어려운 식용유나 간장 등 제품은 GMO 표시를 면제 받는다. 하지만 식용유와 간장은 국내에 수입되는 GMO 원료의 최다 사용처로 표시가 꼭 필요하다는 게 완전표시제 찬성론자의 주장이다. 특히 국내 수입되는 식용 GMO 옥수수와 대두(콩) 200여만톤의 거의 전량이 식용유와 간장에 쓰인다. 그런데도 DNA 검사, 즉 GMO 사용 여부 검증이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로 GMO 표시를 못하겠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정의센터 국장은 “소비자가 알고 싶어하는 것은 식품에 사용된 원재료가 GMO인지 아닌지 여부이지, DNA나 단백질이 남아있는지 여부가 아니다”라며 “수입 원재료의 구분유통증명서(생산ㆍ제조ㆍ가공 단계에서 원료가 GMO와 구분해서 관리되었음을 증명하는 서류) 등을 확인하면 GMO 사용 여부는 검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DNA 검사 없이 구분유통증명서 등을 활용한 간접 검증만 하면 국내산과 수입산의 차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위 관계자는 “원재료가 아닌 식용유나 간장 완제품을 수입해 오는 때는 DNA 검사가 불가능한데 GMO를 사용했는지 어떻게 확인을 할 수 있겠냐”면서 “이 경우 국내에서 제조된 간장ㆍ식용유만 깐깐한 검증을 받게 되며, 수입산의 구분유통증명서 위조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찬성론자들은 또 현재 GMO가 전혀 검출되지 않아야만 붙일 수 있는 ‘논(Non)-GMO’ 표시를, 비의도적 혼입비율이 0.9%인 제품까지는 사용할 수 있도록 현실화 해달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GMO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한 ‘친환경’ 제품이 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윤철한 국장은 “식품에 원산지를 표시하듯 소비자 알 권리 차원에서 GMO 표시를 강화하자는 지극히 상식적인 주장에도 정부는 업계 피해를 우려해 감추기에만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GMO가 인체에 해롭다는 객관적 증거가 부족한데 완전표시제를 하면 소비자 불안이 가중되고 식용유와 간장 등 생필품 가격이 뛰는 등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자칫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대놓고 반대 입장을 밝히기는 조심스러운 만큼 민관 협의체에 공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식약처 관계자는 “GMO 완전표시제는 소비자ㆍ시민단체, 학계, 업계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GMO 표시제도 검토협의체’(이하 협의체)에서 나오는 의견을 들어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ㆍ시민단체 가운데서도 GMO 완전표시제 반대 목소리가 상당해 협의체에서 GMO 표시를 강화하자는 결론이 도출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협의체에 참여하는 이향기 한국소비자연맹 부회장은 “GMO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완전표시제를 강행하면 고소득층은 Non-GMO를 사먹고, 저소득층은 어쩔 수 없이 GMO를 사먹으며 불안에 떠는 양극화 소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완전표시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협의체 구성원인 조윤미 C&I 소비자연구소 대표도 “GMO가 정말 위험하다면 식품에 쓰지 말자고 주장해야 하는데 유해하다는 근거가 없으니 표시제로 문제를 삼는 것”이라며 “친환경 농산물 생산ㆍ유통단체들이 완전표시제를 앞세워 ‘친환경 비즈니스’를 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GMO 표시제 강화가 공약이라는 점에서 정부로서도 고심이 클 수밖에 없다. 대통령 공약과 국정과제 작성에 관여한 정부 인사는 “일단 GMO 표시제는 현상 유지로 갈 가능성이 높지만 여론의 추이를 치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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