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양지원] 정범식 감독은 공포물에 특화된 감독이다. 11년 전 내놓은 ‘기담’(2007년)은 여전히 한국 공포영화의 수작으로 불리며 호평 받고 있다. 이후 ‘무서운 이야기-해와 달’(2012년) ‘무서운 이야기2-탈출’(2013년)에서 옴니버스 형식으로 꾸준히 공포물을 선보인 정 감독은 신작 ‘곤지암’을 통해 변화를 택했다. 기존의 공포영화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신선한 공포감을 선사했다. 핸드헬드 기법과 다양한 카메라 앵글을 통해 생생한 리얼리티를 더했고 ‘곤지암 정신병원’이라는 폐쇄된 공간을 배경으로 위압적인 공포 분위기를 풍겼다.
정범식 감독의 색다른 시도는 관객들에게 제대로 통했다. 개봉 2주차에도 전체 박스오피스 1위를 석권하며 공포 영화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곤지암’을 연출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 김원국 대표님이 2016년도 6월쯤 우리 집 앞으로 찾아왔다. 새로운 호러를 만들어봐야 하지 않겠냐고 얘기하셨다. 워낙 ‘무서운 이야기1’ 때부터 인연이 있는 분이다. 미국에서 유행한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한 번 해보자는 말이 오갔는데 이왕이면 그대로 답습하는 것보다 새로운 방식으로 하는 게 낫지 않겠나 싶어서 의욕을 넣었다.”
-새로운 방식이라면 ‘체험형 공포’라는 콘셉트를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 배우들이 연기를 하면서 카메라를 들고 직접 촬영하는 방식과 유튜브 콘텐츠를 활용했다. 우리 아들이 대학생인데 매일 유튜브로 ‘먹방’ 콘텐츠를 보더라. 이런 모습을 보면서 요즘 10대, 20대는 유튜브 영상이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착안해서 ‘곤지암’을 만들었다. 스토리의 군더더기 감정 등을 다 자르고 정말 심플한 플롯의 공포영화를 만들면 굉장히 새로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곤지암 정신병원이라는 공간과 인간이 어떤 액션을 주고 받는지에 대해 다루고 싶었다.”
-대중에게 낯선 신인배우들을 기용했는데.
“사실성이 중요한 영화니까. 관객들이 허구라는 걸 알고 와도 어쨌든 체감하고 싶은 공포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기존의 유명한 배우들로 하기에는 어려움도 있다. 기존 배우들이 과연 카메라까지 들고 연기를 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샬롯 역으로 나온 문예원은 이 영화로 연기를 처음 하게 된 친구다.”
-샬롯은 영화의 시선을 끄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몸매가 부각된 의상이 눈에 띄기도 했다.
“오디션 때부터 그렇게 입고 왔다. 그 때 입은 옷을 촬영장에서도 그대로 입은 거다. (웃음) 실제로도 샬롯처럼 해외에서 오랫동안 산 경험이 있는 친구다. 제작사, 투자사와 함께 오디션을 봤는데 문예원이 압도적인 표를 받았다. 스태프끼리 문예원은 변별력 있는 샬롯 캐릭터를 만들 것 같다고 하더라. 샬롯은 문예원이 자체적으로 해석한 캐릭터나 다름없다.”
-‘기담’에 이어 ‘곤지암’에서도 한국의 근현대사를 다뤘다. 박정희·박근혜 정부가 나오기도 했는데 이렇게 설정한 이유는.
“내가 1970년대부터 살았으니까. 사실 이 영화를 만들기 전에 여러 사건 사고가 있지 않았나. 그 시대에 살아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시대상의 공포가 초석이 된다고 생각한다. 시대가 상징하는 존폐가 ‘곤지암’의 역사와 맞물리는 느낌이 있다. 그 지점이 ‘곤지암’의 상징이 되길 바랐다.”
-‘기담’과 달리 인간의 정서는 담기지 않았는데.
“‘기담’을 찍을 당시 30대였다. 조숙한 사랑, 인생, 쓸쓸한 삶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이번에는 아예 기획을 할 때부터 젊고 신선한 영화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정서를 넣는다는 게 싫고 나쁘다가 아니라 호러 자체를 콘텐츠로 소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호러 영화를 만들 생각이었다.”
-‘곤지암’은 핸드헬드 기법을 썼음에도 어지러움을 느끼게 하지 않는데.
“어느 정도 관객들이 쉬고 가야 한다는 계산도 있었다. 다른 미국영화보다는 흔들림에 의한 멀미가 덜하다고 생각한다. 상대적으로 흔들림이 덜 한 광각렌즈를 적절히 활용하기도 했다. 배우들이 고프로, 페이스캠 등 다종의 카메라를 사용하기도 하지 않았나. 적절한 장면들을 배치하며 신경 썼다.”
-기존의 호러영화들과 달리 사운드를 최소화했는데.
“사운드가 초반부터 너무 쾅쾅 울려대니 보는 맛이 하나도 안 나는 영화들도 꽤 있다. ‘곤지암’을 만들면서 정말 써야 할 장면에만 사운드를 활용하자고 생각했다. 사운드를 넣을 때도 강약조절, 길이조절, 리듬템포 조절을 하면서 관객들과 밀당을 하려고 한 게 목표였다.”
-강렬한 귀신 3인이 등장한다. 비주얼적으로 좀 더 보여주고 싶은 게 있었나.
“익숙함과 새로운 것을 섞는 작업은 늘 어렵다. 자극이 약한데도 너무 무섭다는 사람들도 있고 너무 낯선 게 팍 들어오면 ‘이건 뭐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표현하는 방식에 적절히 변형을 주고자 했다. 눈알귀신은 사운드나 표정에 중점을 뒀다. 환자귀신 같은 경우는 자세가 굉장히 중요한데 동작이나 형태에서 주는 기이함을 느끼게 하려고 했다. 원장귀신은 박지아가 직접 귀신의 호흡 소리까지 연구해왔다.”
사진=쇼박스 제공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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