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반도체 등 1300개 품목 25% 관세”
中 “美 대두ㆍ車 등 106개 품목 25% 관세”
양측, 시행 시기는 미뤄 협상 여지 남아
중국이 4일 미국산 대두와 자동차 등 106개 품목에 25%의 보복관세 부과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미국이 500억달러(약 54조원)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 1,300여개 품목에 25%의 고율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리스트를 공개한 지 한나절만이다. 양측 간 보복ㆍ맞보복 조치로 ‘무역전쟁’이 확전하면서 대공황 이래 지구촌이 최대 파국 위기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양측 모두 이번 조치의 발효 시기를 내달 중순 이후로 미루면서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이날 미국산 대두와 자동차 등 14개 분야 106개 품목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상무부가 공고를 통해 발표한 관세 부과 품목에는 대두와 옥수수, 미가공 면화, 신선ㆍ냉동 쇠고기, 담배 등 농산물이 대거 포함됐다. 또 농산물 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자동차 등에도 25%의 관세가 부과된다. 상무부는 “2017년 기준으로 중국에 수입된 미국산 제품 중 500억달러에 해당하는 규모”라며 이번 조치가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한 맞대응임을 강조했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3일(현지시간)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응하는 보복 조치로 중국산 수입품 중 25%의 추가관세를 부과할 500억달러 상당의 1,300개 품목을 공개했다. 리스트에는 항공우주ㆍ반도체ㆍ산업로봇ㆍ정보통신(IT) 기술ㆍ바이오신약 기술 등 중국의 10대 핵심산업 육성 프로젝트인 ‘중국제조 2025’ 관련 분야가 대거 포함됐다. 다만 미국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국산 신발과 의류는 관세 부과 품목에서 제외됐다.
미국과 중국의 이번 조치는 보복과 맞보복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지난 2일 미국의 30억달러(약 3조2,000억원) 상당의 중국산 철강ㆍ알루미늄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에 맞서 미국산 수입품 128개 품목에 대해 동일한 규모의 보복관세 조치를 발표하자 미국은 이튿날 5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보복 조치를 단행했다. 이에 중국은 그간 유보해왔던 대두와 자동차 등에 대한 보복관세로 맞대응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무역보복 행태에 대해 국내 정치적 위기 타개책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자신을 향해 조여오는 특검 수사, 오는 11월로 예정된 중간선거 등을 의식해 대선 당시의 트럼피즘(Trumpismㆍ트럼프에 열광하는 현상) 열기를 되살리려 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관세 부과 대상에 대두와 자동차를 포함시킨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농민과 제조업 노동자들의 동요를 유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양측 간 통상 갈등이 고조되면서 실제 이들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1929년 대공황 이후 또 한번 지구촌 전체가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내달 15일 공청회 등을 거치며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가 남아 있고, 중국도 맞보복 조치의 시행 시기를 “미국 정부의 상황에 따라 추후에 공표하겠다”고 밝히면서 양측이 물밑 협상에 나설 것이란 예상도 적지 않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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