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11개월을 맞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최대 승부처에 직면했다.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 등 이른바 프랑스병(病)을 치유하겠다며 들고 나온 ‘마크롱표 노동 개혁’이 지나치게 친기업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프랑스 철도노동자들이 복지혜택 대폭 축소에 반발하며 3일(현지시간) 석 달 기한의 총파업에 본격 돌입했기 때문이다. 이달 중 에어프랑스와 에너지 부문, 환경미화원 등 다른 분야의 파업도 줄줄이 예고된 상황에서, ‘프랑스 노동조합주의의 보루’로 여겨지는 철도노조와의 기 싸움에서 밀릴 경우 마크롱 정부의 개혁 동력은 급속히 떨어질 수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총파업을 시작한 프랑스 국유 철도공사(SNCF)는 이날 고속철 TGV 노선의 경우, 평균적으로 8대 중 1대만을 운행했다. 기타 지역 노선도 5편 가운데 1대 꼴로만 운영됐다. 승객 450만명이 불편을 겪는 교통 대란이 빚어졌고, ‘검은 화요일’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튿날인 4일에도 TGV 열차 운행은 7대 중 1대에 그치는 등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파리와 인근 도시들을 잇는 수도권 교외급행노선(RER)도 2~5회 중 1회만 운영돼 극심한 통근ㆍ통학난이 이어졌다.
이번 파업은 주 5일(평일) 중 이틀간 이뤄지는 식이며, 6월 28일까지 계속된다고 SNCF는 밝혔다. 철도 기관사와 정비사 등 필수업무종사자의 48%, 전체 종사자들의 34%가 총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SNCF 노조가 이처럼 대대적인 총파업에 나선 까닭은 정부가 ▦종신고용 ▦연봉 자동승급 등 그 동안 보장됐던 국유철도 임직원들의 혜택을 대거 폐지키로 한 데 있다. 정부는 국철 부채가 500억유로(67조원)에 달하는 게 ‘방만한 복지’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한편, 유럽연합(EU)에서의 합의대로 그 동안 독점체제였던 철도시장도 내년 12월부터 단계적으로 개방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철도노조는 “사실상 철도를 민영화하려는 계획”이라며 맞서는 상태다.
이번 파업 결과를 좌우할 요인은 역시 여론이다. ‘연대’의 전통이 강한 프랑스 사회는 파업에 상당히 우호적인데, 실제로 과거 정권에서도 시민들의 지지로 철도 종사자들에 대한 복지축소 움직임이 종종 무산됐다. 프랑스여론연구소(Ifop)의 1일 여론조사에선 정부의 ‘철도개혁’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51%, 파업이 정당하다는 답변은 46%로 큰 차이가 없었다. 파리 등 여러 도시에선 파업 지지 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마크롱의 개혁이 가장 큰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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