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화엄경은 너무 방대하다고 하여 엄두를 내지 못하거나, 설사 공부를 해도 불평들을 합니다. 강설을 다 쓰고 보니 저는 화엄경이 이보다 몇 배는 더 많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설사 바닷가에서 모래를 세는 일이라 해도 그 모래가 더 많았으면 하는 생각과 같습니다. 평생 불교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화엄경을 공부하는 일 외에 다시 또 무슨 일이 있겠습니까.”
4일 부산 금정산 범어사에서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ㆍ화엄경) 강설' 전 81권을 부처께 지어 올리는 무비 스님의 소회다.
불교 경전 가운데 불교도들이 가장 손쉽게 접하는 것이 반야심경이나 금강경이라면, 불교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경전은 화엄경이란 평이다. 그런데 화엄경은 길고 어렵다는 게 문제다. 화엄경 번역 작업은 종종 있어왔지만, 이번 강설 81권처럼 원문과 번역문에다 우리 말로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한 강설까지 합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비 스님이 ‘강설’을 내놔야겠다 생각한 것은 1970년대 중반 탄허(1913~1983) 스님이 주관한 화엄경 번역 사업에 참여했을 때였다. 해인사에서 공부하던 시절 대략적으로 본 적은 있었지만 이 때 원문과 번역문을 꼼꼼하게 여러 차례 번갈아 읽으면서 빠져 들었다. 무비 스님은 “강설 작업은 나 자신이 자세히 화엄경을 공부하고자 시작했다”며 “마음에 맞는 구절을 만나면 음미하고 또 음미했고, 잘 모르는 것은 굳이 알려고 애쓰지 않았음에도 그것만으로도 풍부하고 충분했다”고 밝혔다.
그걸 하나 둘씩 책으로 묶어낸 것이 강설 81권이다. 처음엔 원고지에다 글을 쓰다 손가락마비 현상이 오기도 했고 컴퓨터가 나오면서 학원에서 컴퓨터를 배워가며 써나갔다. 무비 스님은 “잘못된 번역, 그릇된 설명이 적지 않겠지만 우둔한 사람이 애써 공부한 것을 묻혀두기 아까워 책을 만들었다”며 몸을 한껏 낮췄지만, 불교계는 그리 받아들이지 않는다. 1958년 범어사에서 여환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무비 스님은 화엄경의 대가 탄허 스님에게 화엄경을 배웠고 조계종 승가대학원장, 교육원장을 역임한 불교계의 대강백(大講伯ㆍ최고 석학)으로 꼽힌다. 강설 81권 완간 소식에 범어사에 열린 봉정 법회에 총무원장 설정 스님 등 종단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누구나 읽을 수 있는 화엄경을 내놓은 무비 스님의 소원은 한가지다. “국민들이 다 같이 열심히 읽어서 개개인의 행복과 나라의 평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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