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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도 무역전쟁 가세… 국내 철강업 ‘새우 등 터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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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도 무역전쟁 가세… 국내 철강업 ‘새우 등 터질라’

입력
2018.04.04 17:4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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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가드 조사 후 수개월 내

관세 부과, 쿼터 적용 결정할 듯

대기업 수출 타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발트 3국(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라트비아) 정상들과 공동 기자회견 중 발언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발트 3국(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라트비아) 정상들과 공동 기자회견 중 발언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ㆍ중 무역전쟁에 유럽연합(EU)까지 가세해, 세계 3대 경제블록 간의 글로벌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사이에 낀 우리나라 수출 산업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였다. 경제 강국들의 힘겨루기가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부채질하면서 수출 위주의 산업구조로 경제를 지탱해 온 우리나라는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야 할 처지다.

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EU는 지난달 26일부터 수입 철강제품을 대상으로 ‘수입제한긴급조치’(세이프가드) 조사를 해, 수개월 내에 주요 수출국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쿼터(수입할당)를 적용할 전망이다. 조사 대상 품목은 냉연강판, 열연후판, 전기강판, 도금강판, 대구경 강관 등 총 26개다.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철강관세 부과로 미국시장 판매가 막힌 제3국의 철강제품이 풍선효과로 EU로 싼값에 몰려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미리 차단에 나선 것이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 박사는 “미국 발 보호무역주의가 전세계로 확산되는 신호탄”이라며 “글로벌 철강물량이 미국에 이어 EU에서 막히면 아세안으로 몰려가고 그곳에서 다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악순환이 시작된 것”이라고 우려했다.

EU의 세이프가드가 현실화하면 국내 철강업계는 고사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EU의 이번 세이프가드 조사대상에 오른 26개 철강품목 수입액은 212억유로로, 이중 한국에서 수입한 물량이 11.3%(23억9,000만유로)나 된다. 달러로 환산하면 약 29억4,000만달러로, 미국의 철강관세 대상 금액(27억9,000만달러)을 상회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철강관세 부과조치는 넥스틸ㆍ휴스틸ㆍ세아제강 등 국내 중견기업을 겨냥했고, EU의 세이프가드가 발효되면 판재류를 주로 수출하는 포스코ㆍ현대제철 등 대기업이 타격을 입게 된다”며 “국내 철강업계 전체가 수렁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기에 미국은 3일(현지시간) 중국산 수입품 가운데 25%의 고율관세를 부과할 약 500억달러(약 54조원) 상당의 1,300개 대상품목을 발표했다.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 128개 품목에 대한 보복관세 조치를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사실상 ‘G2’로 불리는 미ㆍ중 무역전쟁이 국지전에서 전면전으로 확산된 것이다.

미국이 중국에 수입을 규제하면 대중국 수출에서 중간재(생산과정의 중간에 포함된 재료 또는 부품) 비중이 큰 한국엔 직격탄이 된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에서 중간재 비중은 78.9%로 대만(79.9%)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무협에 따르면 미국의 이날 대중국 관세부과 조치로 중국의 대미 수출은 0.9%(38억달러) 감소, 한국 총수출이 0.03%(1억9,000만달러)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이 확전돼 미ㆍ중ㆍEU 관세가 기존보다 각각 10%포인트씩 인상되면 한국 총수출은 6.4%(367억달러) 감소할 것이라는 최악의 전망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중국의 한ㆍ미ㆍ일 등 수입 페놀에 대한 반덤핑 조사결정도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미ㆍ중 싸움의 불똥이 한국 산업 전반에 번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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