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야구장/사진=OSEN
[한국스포츠경제 김정희] “출퇴근 때만이라도 팬과 분리하는 것이 어떻겠나.”
류중일(55) LG 감독이 일명 ‘이대호(34ㆍ롯데) 치킨 사건’에 대해 소신을 밝혔다. 류 감독은 지난 3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대화에서 “이대호가 치킨상자를 맞았다는 얘기를 듣고 선수들이 다칠까 걱정이 됐다”며 “출퇴근할 때만이라도 선수와 팬들을 분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지난달 31일 사직 NC전을 마치고 구장을 나서다가 한 팬이 던진 치킨상자에 등을 맞았다. 이날 롯데는 NC에 5-10으로 지면서 개막 7연패를 당했다. 인기 구단인 롯데가 홈 경기에서 긴 연패를 당한 것에 화가 난 팬이 이대호에게 분풀이를 한 것으로 보인다.
류 감독은 문제의 원인을 야구장 구조에서 찾았다. 그는 “선수들이 출근할 때 주차장과 입구가 멀고 팬들에게 개방돼 있다”고 말했다. 잠실구장에서는 선수들이 출퇴근시 중앙출입구를 이용한다. 출입구 바로 앞에 주차장이 있어 실제 선수들의 이동거리는 15~20m가량에 불과하지만 이 공간은 광장처럼 트여 있어 누구에게나 진입이 허용된다. 때문에 팬들에게는 유일하게 선수들과 접촉할 수 있는 공간으로 통한다. 출입구 한 켠에는 LG의 마스코트 ‘스타’, ‘럭키’의 동상이 세워져 있어 포토존 역할을 할 정도로 팬들이 몰리기도 하다.
류 감독은 개방된 공간에서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많다고 봤다. “잠실구장이 가장 많이 트여있는 것 같다. 사직, 대전구장도 불편하다. 인천구장은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게 돼 있는데 요즘에는 선수들 버스가 커져 들어갈 수 없다. 밖에서 내려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 대부분의 구장 출입구가 비슷한 구조이다. 이대호가 치킨상자를 맞은 사직구장도 잠실구장처럼 출입구가 개방적이다. 경호원들은 선수들의 동선을 확보하지만, 무리하게 팬들의 행동을 제재하지는 않는다.
류중일 LG 감독/사진=OSEN.
류 감독은 “물론 이런 얘기를 하면 팬들은 ‘내가 보고 싶은 선수를 왜 못 보게 하냐’고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나도 현역시절 경험이 있다. 광주구장에서 한 팬은 라면 국물을 던지더라”고 털어놨다. 보완책은 ‘유니폼을 입고’ 선수와 팬이 공식석상에서 자주 만나는 것이다. 류 감독은 “팬 사인회를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고 제안했다.
지난해 KBO리그는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800만 관중을 돌파했다. 프로스포츠는 팬의 관심을 바탕으로 한다. 선수와 팬의 분리는 궁극적으로 관심을 저하시켜 프로스포츠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물론 선수들의 안전은 확보돼야 하지만 만남을 원천 차단하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 될 수도 있다. 올바른 관중 문화 정착으로 선수와 팬이 서로를 배려하는 기반을 다지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정희 기자 chu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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