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행정 서비스 홍보물을 두고 “여성의 삶을 출산과 육아에 한정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시는 항의 문자와 전화가 쇄도하자 해당 홍보물 내용을 수정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서울시는 가상연구소인 ‘내일연구소 서울’의 시정 홍보물을 서울 지하철 역사와 가판대, 대학 등에 설치했다. ‘내일연구소 서울’은 가상의 정책개발 연구소로, ‘시민의 내일을 내 일처럼 생각한다’는 뜻이다.
홍보물은 모두 5종류로 ‘1982년생 김지영씨를 위한 내일’, ‘2003년생 박보람씨를 위한 내일’, ‘1993년생 이진욱씨를 위한 내일’, ‘1967년생 정지환씨를 위한 내일’, ‘1951년생 김현자씨를 위한 내일’을 주제로 만들어졌다. 연령과 성별에 맞게 서울시 행정서비스를 소개하는 내용이 각 홍보물에 담겼다.
문제가 된 홍보물은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을 카피로 내세운 광고다. 2016년 10월 출간된 ‘82년생 김지영’은 1982년 즈음 태어난 한국 여성들이 겪는 경력단절, 취업차별, 남녀차별 등 수난사를 집약한 작품이다. 그런데 이 홍보물에는 “당신의 내일을 서울이 연구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신혼부부 주택 공급, 국공립 어린이집 신청, 찾아가는 산후도우미 서비스가 언급됐다. 홍보물 오른쪽에는 한 여성이 어린 아이와 눈을 맞추고 있는 사진도 실렸다.
네티즌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 홍보물이 ‘82년생 김지영’을 누군가의 아내와 엄마로 한정 짓고 있다”며 “여성을 위한 내일의 정책이 오로지 출산과 육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문제 제기했다. 네티즌들은 또 “남성이 등장하는 홍보물은 일자리 정책을 소개하면서 여성이 등장하는 광고에선 육아를 강조하고 있다”며 “여성과 남성의 역할을 교묘하게 나눈 홍보물”이라고 지적했다.
네티즌들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민원 사이트인 민원처리 응답소, 다산콜센터, 국민신문고에 해당 홍보물의 문제를 지적하고 항의했다. 항의가 빗발치자 서울시 관계자는 3일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인 성 역할 고착화 우려에 대해 충분히 공감한다”며 “이를 반영해 포스터를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해당 홍보물을 수정해 이달 안에 다시 게재할 예정이다.
글ㆍ사진 이순지 기자 seria112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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