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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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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의 정체는?

입력
2018.04.04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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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싱어 엘리엇 회장. 플리커
폴 싱어 엘리엇 회장. 플리커

4일 현대자동차그룹에 추가적인 지배구조 개선안을 요구한 엘리엇매지니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그룹과의 ‘악연’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미국계 헤지펀드다.

엘리엇은 미국 억만장자 투자가인 폴 엘리엇 싱어(74)가 1977년 자신의 이름을 딴 사명으로 설립했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고 운용 자산은 350억달러(37조원) 규모다.

엘리엇은 기업에 경영전략 변경, 구조조정, 지배구조 개편 등을 요구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를 표방한다. 주식을 매수해 주주로 등재된 뒤 경영에 적극 간여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다.

평가는 엇갈린다. 기업이나 다른 투자자의 이해관계는 아랑곳하지 않고 단기 차익을 추구하는 일반 헤지펀드와 달리, 엘리엇은 대주주 및 경영진을 상대로 경영 개선을 요구하며 주가를 높이는 전략을 취하는 터라 ‘소액주주의 대변인’이라는 호평을 받는다. 반면 부도 위기에 처한 기업이나 국가를 상대로 막대한 이익을 추구하는 행태를 반복하면서 ‘벌처(썩은 고기를 먹는 대머리독수리) 펀드’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01년 재정 위기에 처한 아르헨티나의 국채를 대량 매입한 뒤 원리금 전액 상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벌여 결국 아르헨티나를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뜨린 것이 대표적 사례다.

엘리엇은 2015년 5월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현 삼성물산)을 공개 반대하고 나서면서 국내에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엘리엇은 옛 삼성물산 지분 7.12%를 사들인 뒤, 양 사의 주식교환 비율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결정됐다며 주주총회 소집 및 합병 결의를 막기 위한 가처분신청을 연달아 제기했다. 이듬해 10월에는 삼성전자 이사회에 분사 및 특별배당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 일부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2004년 미국 P&G의 독일 웰라 인수 당시 “소액주주 지분의 매입 단가가 대주주보다 낮다”며 소송전을 벌여 매입가를 12% 끌어올렸다. 2013년에는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 BMC의 지분 9%를 매집한 뒤 경영진을 압박해 회사를 사모펀드에 넘겼고, 2년 뒤에는 미국 정보통신(IT)기업 EMC의 주식 2%를 무기로 경영권을 흔든 뒤 델과의 합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엘리엇의 이러한 공격적 투자성향 탓에 미국 경제전문매체 블룸버그는 싱어 회장을 “지독한 헤지펀드 매니저”라고 평하기도 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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